촛불 대신 '커스텀 응원봉'…달라진 MZ세대 집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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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1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1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10년대 집회의 상징이 됐던 '촛불' 대신 2024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는 '아이돌 응원봉', '커스텀 전구' 등이 등장했다. 시위·집회 현장이 2030 이른바 'MZ세대'들을 주축으로 하나의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15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MZ세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촛불' 대신 달, 별, 하트 모양 LED 전구나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뿅망치, 변기 솔 등을 이용해 '커스텀' 한 시민들도 보였다. 
한 30대 여성은 "과거 한 국회의원이 촛불시위를 놓고 '촛불은 바람 불면 다 꺼진다'고 발언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절대 꺼지지 않는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을 보여주고자 촛불 대신 커스텀한 전구를 가지고 왔다"고 밝혔다.

집회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민중가요였다면 이날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는 가수 로제의 '아파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이 흘러나와 시민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MZ세대들이 집회 현장을 하나의 콘서트장으로 만들면서 젊은 층들의 참여가 과거보다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집회 현장에서 나선 MZ세대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당시 처음으로 길거리에 나와 시위 현장을 경험했거나, 또는 10대라는 어린 나이에 미처 시위 현장에는 함께하지 못했다가 성인이 된 후 현장에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집회에는 2030세대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진행되던 지난 7일 오후 7시 기준 서울 여의도 생활인구는 20대 여성은 4만1000여명, 30대 여성은 2만1000여명 증가했다. 생활인구란 '특정 시점'(1시간 단위)에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를 의미한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 때 집회 현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당시 13살이라 부모님이 너무 어리다고 반대하셨다"며 "이번에는 역사의 한 현장에 나올 수 있어 신기하다. 옛날에는 시위라고 하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생각했는데 젊은 사람들의 동참으로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루돌프나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시민, 모자에 '탄핵' 스티커를 붙여 개성 있게 꾸민 시민, '다음주 기말고사'라는 피켓을 걸고 거리에 앉아 표결을 시작할 때까지 태블릿 PC로 공부를 하는 시민 등 집회에 참여한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무료나눔 행사'도 MZ세대들이 주도했다. 한 대학생 무리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확성기를 구매하고 나눔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모씨는 "시민들이 함께 쓰고 목소리를 높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300개를 만들어 무료나눔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흥씨(50)는 "이번 집회는 과거와 달리 MZ세대가 중심이 된 것 같다. 나 같은 옛날 세대 사람들은 이제 테두리에서 이들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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