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대국민 담화를 내고 12·3 비상계엄이 정당한 행위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야당의 부당함을 막으려는 조치였다는 주장을 통해 계엄을 선포할 당시의 인식을 30분 가까이 되풀이하는 수준의 내용에 그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 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이번 계엄 선포가 불가피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담화는 약 29분간 진행됐다.
이는 지난 3일 계엄을 선포하면서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취지다. 정부 관료와 검사의 탄핵, 예산안 삭감 등 계엄 선포 당시 이유로 들었던 내용을 이날도 반복해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사실 12월 4일 계엄 해제 이후 민주당에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보류하겠다고 해서 짧은 시간의 계엄을 통한 메시지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틀 후 보류하겠다던 탄핵소추를 그냥 해버렸다"며 계엄을 통한 경고가 미흡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국회를 장악할 의도는 없었다는 의견도 냈다. 이에 대해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다.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군을 동원해 전산 시스템의 점검을 시도했다는 궤변 수준의 언급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며 "국정원이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면서 군을 통해 시스템을 점검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부정 선거 주장은 사법기관의 판결을 통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다"며 "부정 선거에 대한 강한 의심으로 인한 의혹 제기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또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지난해 합동 정보 보안 시스템 보안 컨설팅을 실시했다"며 "보안 컨설팅 결과 일부 취약점이 발견됐으나 북한의 해킹으로 인한 선거 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