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여파 속에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은행에 이어 비은행 부문도 큰 폭의 인사가 점쳐진다. 은행은 연초 내걸었던 올해 순이익 1등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한편 보험사 인수합병(M&A)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지며 쇄신 차원에서 세대교체에 나선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13일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대상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 총 6명이다. 다만 이들 외에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과 얽혀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교체가 예상된다.
최근 부당대출 여파로 은행, 비은행 사업 모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쇄신을 위한 대폭적인 인사가 불가피했다는 해석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게 400억원대 부당대출을 내준 혐의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초부터 약 7주간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받은 바 있다.
당장에 우리은행은 올해 시중은행 중 최대 당기순이익을 내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하나은행(3조4766억원)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5244억원에 4분기 예상 순이익을 더해도 3조원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비은행 사업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보험사 M&A는 무산 가능성마저 나온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데,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하에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 중이다. 다만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통과하려면 금융당국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넘어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가 담긴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M&A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편 계약서상 인수 기한인 내년 8월까지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중국 다자보험과 거래가 깨질 수 있다. 인수 무산 시 우리금융은 매각가의 10%인 계약금 약 1500억원도 잃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이후 어떠한 상황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며 "정기검사 결과가 밀리면서 당국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