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소액주주의 화를 키운 건 영풍이 고려아연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요구하면서다. 영풍은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없었다.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 운영사인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9일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먼저 나서면서 소액주주들도 결집하기 시작했다”며 "머스트자산운용과의 접촉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운용에 이어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까지 캠페인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소액주주까지 연대에 가세했다는 얘기다.
머스트운용은 지난달 25일 영풍 지분 2%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영풍 측에 자사주 전량 소각, 밸류업(기업가치제고) 공시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공개적으로 보냈다.
메트리카도 힘을 보탰다. 영풍 측에 밸류업 계획을 마련하고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영풍 주주명부를 입수해 다른 주주들과 연대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는 예고도 했다.
주목할 점은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다. 최근 영풍 주주연대는 김두용 머스트운용 대표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행동주의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액트에도 가입했다.
컨두잇도 자체적인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이 대표는 “한 달 전 영풍 측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 조만간 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영풍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이유는 기업가치가 심각한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영풍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14배다. PBR은 기업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값이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변화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년에 열릴 영풍 주주총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영풍은 국내에서 저평가된 기업 중 하나”라며 “영풍 주주연대와 함께 내년 주총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제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