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프랑스 역시 62년 만에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불안정한 정국을 맞고 있다. 세계 주요 민주국가이자 선진국인 한국과 프랑스가 잇따라 정치 불안으로 경제·금융시장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더욱 부각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이날 좌파 연합과 극우 국민연합(RN) 주도로 보수 성향인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의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된 것은 1962년 이후 62년 만에 처음이며 바르니에 내각은 출범 90일 만에 총사퇴하게 됐다. 이는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최단 재임 정권이다.
바르니에 정부와 야당은 최근 한국과 같이 내년 예산안을 두고 대립해 왔다. 바르니에 정부는 국가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공공 지출 감축과 증세를 주장한 반면 야당은 사회 복지 축소 등을 이유로 정부 예산안에 반대해 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치적 혼란은 유럽에는 최악의 시점에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현재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과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과의 무역 전쟁 등 각종 과제에 대처하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평했다.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은 경제적 위기로도 번질 수 있다. 당장 프랑스는 내각 총사퇴로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독일이 2년째 역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프랑스마저 경제가 둔화한다면 유럽 전체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프랑스 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0여 년 전 유로존 채무 위기의 진앙이었던 그리스의 국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프랑스 주가지수 CAC40은 연 저점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네덜란드계 은행 ING의 미힐 투커 선임 유럽 금리 전략가는 "그리스 금리가 프랑스 금리를 넘어선 상징적 사건은 상당한 이정표"라며 "역사적으로는 고정된 순위가 있었다. 그리스가 가장 위험하고 다음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순이었는데, 이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 국가들의 순위에 균열이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이자 선진국인 프랑스와 한국이 잇따라 정치적·경제적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투자 매력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뉴욕 증시는 나스닥 등 3대 주가지수 모두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하며 다른 글로벌 증시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국과 프랑스 상황은 미국 시장 투자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전하며 "미국 예외론이 조만간 끝날 것 같지는 않고 2025년까지는 유지될 것 같다"고 엠마누엘 카우 바클레이스 증시 전략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