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우리도 갖고 싶다…100m 목조 랜드마크

2024-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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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전략 트렌드대전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인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눈이 많이 오는 오대산 월정사에 살았던 법정 스님이 저술한 베스트셀러 <무소유>의 ‘설해목’(雪害木)에 나오는 글이다. 최근처럼 폭설이 오면 산과 주변 나무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는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라는 자연 이치와 자비를 설파하고 있다. 숲연구에 따르면 솎아내기, 가지치기, 벌채 등 잘 가꾼 숲나무는 자연재해에 강하다.
왜 숲가꾸기와 새 숲전략이 중요한가?

산림 강대국인 유럽, 즉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에서 실행하고 있는 숲가꾸기와 숲전략은 세상 판을 바꾸는 거대한 메가 트렌트에 기반하고 있다.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기후위기와 숲전략 연관이 크다. 파리협정에 의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지구가 지속 가능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숲전략 2030’, 독일은 ‘숲전략 2050’, 오스트리아·스위스는 ‘숲전략 2020+’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공대 안드레아 프랜지 교수는 “1㎡의 숲나무가 약 0.7~0.9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저장한다”고 설명한다. 나무가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있고, 숲은 공기를 청정하게 만들고 맑은 수자원의 저장고이다.

둘째, 목재 활용의 ‘트렌드 대전환’으로 숲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스위스·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는 ‘숲이 가장 큰 공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산림 트렌드 대전환은 건축물 대전환으로 시멘트, 철근, 콘크리트보다 목재 사용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스위스 윈터투어 목조빌딩 전경
[스위스 윈터투어 목조빌딩 전경]
최근 스위스 고급지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NZZ)은 '숲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특집에서 “목재 건설의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는 새 건축물 20%가, 독일은 12%가, 대한민국은 5.9%가 목재 건축물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목재 건축 랜드마크가 신축되고 있는데 유럽 각 국가들이 앞다투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다. 스위스에서 대표 혁신 목재 건축 프로젝트로 나무와 점토로 만든 오피스 건물 알쉬빌의 호르투스 건축물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이 될 100m 나무고층로켓이 윈터투르에서 신축되고 있다. 또 취리히 공항에 나무 부두가 건설된다. 스위스 목재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순수 목재 건축물이 80m 높이까지 간다”면서 “미래에 새 연구로 최대 150m 높이의 목재 마천루를 지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도 이미 목조 건축 랜드마크가 건설되었다.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나무로 지은 최고층 아파트 ‘루츠’로 높이 64m의 19층 타워형 아파트 형태다. 모두 5500m³의 침엽수가 사용됐는데 단일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사용량을 기록했다. 새 목재 건축 트렌드는 유럽 전체를 정복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우드시티에는 거대한 목재구역이 조성되고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고층건물이 2019년부터 하늘 높이 솟아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 50m 높이의 목조 주거 건물인 사와가 로테르담의 로이드 지구에 우뚝 서 있다. 우리는 5층이 가장 높다.

목재건축 르네상스 배경은 목재가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친환경 자재일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나 강철보다 훨씬 강하고 가벼워 운송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리 공장에서 조립식으로 목재 유닛을 생산한 후 목재부품을 작업장에서 정밀하게 조립식으로 제작하는 공법을 사용해 건설 공기와 공사비를 줄여 품질을 향상시키고, 건설 현장에서 소음과 먼지가 사라진다. 목재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건축자재로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하는 원인은 ‘물보다 더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주성분인 시멘트는 국제 항공교통량보다 많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8%를 유발한다. 기후위기로 건축을 탈탄소화하기 위해 목재 사용이 불가피하다.

새 산림 트렌드 대전환에 부응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스위스 등에서 목재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목재기금 4억5000만 유로를 조성해 지원한다. 또한 목재 건축 스타트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 트라이크브릭(Triqbriq)을 들 수 있다. 나무빌딩 블록을 생산해 목조건축물을 빠르고 유연하며 저렴하게 지을 수 있게 한다. 최근 2주 만에 베를린 테겔 공항부지에 파빌리온(CRCLR HUT)을 건설했다. 나무빌딩 블록을 레고벽돌처럼 조립하는 공법이다. 사용 후 빌딩블록은 쉽게 분해되고 재사용될 수 있다. 레빈 플리케 대표는 “사용된 목재 90% 이상 새 프로젝트에서 재사용한다”고 말한다. 목조건축 파빌리온에서 순환과 지속 가능한 건설에 관한 워크숍이 3개월 동안 열리고 이후 해체한다.

셋째, 신재생에너지원으로서 목재 활용이다. 국토 32%가 산지인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로 목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이나 산지가 63%인 우리는 약 13.9%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 에너지 값이 몇 배 폭등하면서 난방을 위해 나무 때는 난로와 목재팰릿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용량이 17%나 증가했다. 독일 올라프 숄프 총리는 ‘에너지 대전환’을 내걸었다. 일각에서 목재건축과 신재생에너지로 산림 훼손의 위험에 대해 지적한다. 하지만 숲가꾸기를 통해 산림자원 순환과 이산화탄소 포집도 증가해 오히려 건강해진다.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수명이 60년으로 식목, 솎아내기, 가치치기 등 숲가꾸기가 중요하다.

넷째, 숲에서 힐링과 치유, 스포츠와 건강 활동, 그리고 관광산업 활성화다. 독일 전국에 의사가 있는 치유센터가 350개 이상이다. 치유의 형태도 숲걷기, 온천, 진흙, 동물치유 등 다양하다. 필자가 올 10월 말 방문한 스위스 케이블카가 2300여 개나 된다. 해발 3000m 산꼭대기에 호텔도 수두룩하다. 컵라면(신라면)을 파는 알프스산 꼭대기 융프라우에 1년 관광객이 100만명 넘는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로 끊임없이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그만큼 관광수익이 높아진다.

산림녹화 반세기만에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0년 전 독일의 자본과 전문인력이 우리 치산녹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독일 등 유럽 산림 최강국과 비교할 때 임목축척·목재활용과 산림치유·관광산업에서 뒤처지고 있다. 아직 규제가 많고 담대하게 산림 대전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산림르네상스’와 더불어 임상섭 산림청장은 “모두가 누리는 건강한 숲”을, 경북도는 ‘산림 대전환’을 내걸고 산림자원국을 신설했다. 임 청장은 “벌채와 식목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바라만 보는 산이 아닌 돈 되는 보물산”을 강조한다. 유럽처럼 산림활용 트렌드 대전환을 말한다.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필자는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형 산림활용 트렌드 대전환’을 위해 5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숲나무의 경제적 부가가치 높이기다. 목재건축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목재 랜드마크 건설 등이다. 독일·스위스처럼 용산 혹은 경북 봉화에 목조 랜드마크를 신축하는 것이다. 어기구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산림경영 대전환으로 EU 최고인 오스트리아처럼 숲을 노다지 황금밭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둘째, 힐링·치유와 스포츠·건강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열대야가 59일로 최장 기간이었다. 유럽처럼 높은 산 청정 지역에 힐링치유 센터와 리조트 건설로 지역경제 살리기에 기여한다. 박현국 경북 봉화군수는 ‘치유수도’를 내걸었다. 또 산림청·지자체가 숲체험경영림이나 산림복합경영림을 승인해 더 많이 체험하고 산주·임업인의 소득 증대를 지원하는 정책도 바람직하다. 셋째, 숲스토리영상제 개최다. 스토리텔링 시대에 우리도 숲나무스토리·영상제를 성공시킬 수 있다. 스위스의 하이든, 독일의 백설공주 등 글로벌 K-숲스토리를 발굴해 창작하는 것이다. 넷째, 대국민 대화와 소통에 적극 나선다. 숲주간 등 다양한 숲행사를 전국, 지역 차원에서 개최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숲평의회’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산림트렌드대전환포럼’을 발족하는 것이다. 정책결정자·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산림 트렌드 대전환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다. 박정희 대통령의 산림녹화 성공처럼 산림활용 최강국으로 도약함으로써 숲의 경제적·복지적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김택환 작가 이력
국가비전전략가·독일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해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앙일보 전문기자로 재직했다. 국회·지자체·삼성전자 등에 350회 이상 특강한 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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