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산림녹화 성공국가 대한민국 …이젠 '돈이 되는 숲'으로

2024-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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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장면 1. “1968년 화전민들 집단이주로 대관령 민둥산이 더욱 황폐해졌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치산녹화’가 시작되었으나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다. 획기적인 토양 개조와 더불어 지주대·싸리집을 만들어 어린 나무를 보호해 성공했다. 이제 대관령 숲은 최고 힐링 장소가 되었다.” - 산림청 평창국유림관리소 이홍대 소장
 
화전으로 인한 산림황폐화
[화전으로 인한 산림황폐화]

# 장면 2. “2월 산림청 사이트에 모집공고를 게재하면 빨리 마감된다. 최고 ‘유아체험림’으로 호응받기 때문. 아이들이 숲에서 뛰놀고 식물과 곤충을 체험한다. 1년에 3만5000명이 온다. 예산 지원이 늘면 연 10만명도 가능하다.” - 대관령 유아숲체험경영림 오영숙 박사
 
대관령 어린이 숲체험
[대관령 어린이 숲체험]
# 장면 3. “대한민국 ‘숲체험경영림 1호’를 획득하는 데 힘이 들었다. 이후 전국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 산양삼을 재배하고 숙박시설을 갖추고 숲복합경영과 연계하려고 한다.” - 산림청 숲체험경영림 1호 박영순 대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반세기 만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 숲이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다. 그 현장 여러 곳을 찾아 나섰다. 지난 9월 12일 기후위기로 숨 막힐 정도의 더위가 전국에서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1939년 기후 관측 이래 올해 열대야가 50일로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내년에 더 더워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고하고 있다.

필자와 이원희 산림청 산림지원과 과장 등 임직원들이 찾은 대관령은 22도로 시원했다. 최수천 동부지방산림청 청장은 “올여름 이곳에는 전국 캠핑족들이 몰려들었고, 카라반 올림픽이라고 할 정도로 형형색색 온 종류의 차박을 했다”고 소개했다. 열대야가 없고 시원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피서객들이 몰려들었다. 대관령을 많이 찾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50년 전 산림녹화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강원도 대관령은 최고 오지로 생존을 위해 화전민들을 집단 이주시켜 산림이 더욱 황폐해졌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특수조림’을 지시했다. 618헥타르(㏊)에 전나무, 잣나무, 낙엽송, 독일가문비나무 등을 심었다. 원래 대관령 산지는 해발 약 1000m 고지에 거센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고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식목을 하면 죽어나갔다.
 
1976년 조림지전경
[1976년 조림지 전경]

또한 바위가 풍화되어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토양이었다. 혹독한 환경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획기적인 공법으로 먼저 토양 자체를 개조했다. 이어 심은 나무에 지주목을 세우고 싸리통발집을 만들어 보호해 성공할 수 있었다.
 
보호통발설치
[보호 통발 설치]

 
방풍책성치
[방풍책성치]
 
새 숲가꾸기 모델이었다. 지역주민들은 “당시 벼농사를 짓는 흙으로 실어 날라 대토했다”면서 “이후 좋지 않은 흙으로 벼농사가 잘 되지 않아 고랑이배추로 경작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자랑한다. 대관령 산림녹화가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고,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현장 탐방이 이어지고 있다. 땀과 노력으로 대관령은 최고의 국민 숲으로 거듭났다. 국민 트레킹숲길(5.84㎞)이 조성되면서 전국에서 걷기 위해 몰려들고 있고, 계절별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사람들이 찾고 또 찾는 최고 명소가 되었다.

대관령 숲에 새 산림경영모델인 ‘유아숲체험경영림’이 운영되고 있다. 춘하추동 계절별로 매력이 있는 곳으로 봄에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할 뿐만 아니라 모기가 없고, 가을에는 황홀한 단풍이 들고, 겨울에는 눈 놀이와 체험은 어린이를 위한 최고 명소가 되었다. 탐방로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고지대 식물과 곤충들 생태를 관찰하며 안전하게 뛰놀고 마음껏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유아숲체험림을 운영하는 오영숙 이사는 “한번에 300명까지 숲체험교육이 가능하다”면서 “주말에는 부모참관수업과 가족숲체험 등을 진행해 호응이 좋다”고 설명한다. 초저출산 시대 가족 친화적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숲페스티벌인 ‘숲으로 풍덩’ ‘가족과 함께하는 별빛숲체험’ ‘반딧불 체험’ 등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2월에 동부지방산림청 홈페이지를 통해 체험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연간 방문자 수가 3만6000명을 넘는다. 오 박사는 “어린이 숲체험 신청은 늘고 있는데 오히려 예산이 줄어들어 받는 인원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필자에게 손자와 손잡고 3대가 함께 방문하고, 어기구 국회농림수위 위원장(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해 내년 예산에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독일 등 산림선진국일수록 어린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예산을 듬뿍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강원도 횡성에 있는 국내 처음 승인된 숲경영체험림을 찾았다. 산림청은 임업인 소득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6월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박영순 임업인이 운영하는 ‘싱싱포레 숲경영체험림’이 1호로 승인된 것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숲경영체험림을 허가받기 위해 임업후계자(독림가)로서 5㏊ 이상 산림을 소유하고 5년 이상 산림경영 경력을 요구한다. 또한 인프라로 숲속의 집, 산책로, 야외쉼터 등을 설치할 수 있다. 조건을 갖추면 산림청이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박 대표는 PT 자료를 준비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산림 및 인허가 부서 등에서 컨설팅을 받아 첫 승인을 받았다, 그는 산양삼 재배체험 등 설립에 기본필수시설 위주로 조성계획을 세워 성공했다. 동참한 오태봉 산림청 수석주무관은 “산림청은 산주들 소득 개선을 위해 숲경영체험림 제도를 도입했고, 임업인과 지자체 담당자들을 교육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2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자체 심사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난개발을 막기 위함이다. 경북 봉화에서 숲속 양계장을 운영하면서 ‘동물복지’에 앞장선 장용호 원애그 대표 등 여러 임업인들도 ‘산림복지’인 숲체험·복합경영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관령 숲가꾸기 지주목
[대관령 숲가꾸기 지주목]
산림선진국 독일이 숲 보전과 더불어 숲나무 경제적 활용에 더욱 매진하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올 7월 한·독 산림협력 50주년을 맞아 독일 임업부와 바이에른주 산림청을 방문했다. 딕 슈멜헨 산림청 대변인은 “기후위기로 숲가꾸기와 경제적 숲 활용이 더욱 중요해졌다”강조한다. 임업진흥원 박수규 박사는 “독일과 비교할 때 힐링 장소로서 숲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독일과 비교할 때 우리 숲나무에 대한 규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독일은 전체 산지가 국토 면적 중 32%지만 우리는 국토 63%가 산지이기 때문에 더욱 많이 활용할 수 있다.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산림자원국’을 신설한 경북도 이철우 지사는 “바라보기만 하는 숲이 아니라 돈이 되는 숲을 가꾸자”고 강조한다. 목재와 버섯 등 임산물 생산이 갈수록 중요하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숲 보전을 넘어 숲과 목재의 경제적 활용을 높이는 산림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산림경영은 갈수록 과학화·기계화·융복합화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3년 전 임업 전용 인공위성을 발사해 활용하고 있다. 인공위성은 산불 방지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탐지해 인공지능(AI)으로 숲 미래를 예측하면서 대비하고 있다. 우리는 내년에 산림인공위성을 발사한다. 독일은 또 ‘숲(Forestry)4.0’과 ‘임업 6.0’을 내걸고 획기적인 숲기술 진화와 숲경영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호크(Hauk) 산림부 장관은 “숲4.0은 신재생에너지 원료인 목재가 중요하고, 기후 보호를 위한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숲가꾸기를 위해 디지털화가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숲가꾸기와 활용에 인공지능과 앱 등 디지털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다. 임업6.0은 임산물 생산(1.0), 가공(2.0), 그리고 체험(3.0)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산양삼, 오미자 등 임산물을 재배하고 가공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독일에서는 가족 친화적인 사회를 위해 온 가족 3대(조부모, 부모, 자녀)가 함께 와서 동식물을 체험하고 휴양을 할 수 있는 ‘숲가족호텔’이 늘고 있다. 나아가 야산 등을 활용해 작은 농장 ‘클라인 가르텐’(Klein Garten)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베를린시 인근 약 7만가구 20만명이 이를 경영한다. 우리도 보호할 숲은 보호하되 과감하게 숲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산림 대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해 독일처럼 숲정책·이해관계자들의 상부 조직인 ‘국가숲경제평의회’를 결성할 시기다.
 



김택환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전문가·산림청 자문위원으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 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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