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보수주의)를 죽이지 않았다. 늙어서 죽은 것도 아니고, 버스에 치이지도 않았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일부 추종자가 있지만 그에 대해 절대적인 무관심으로 죽은 것이다.”
최근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교체된 것을 계기로 영국 보수주의 몰락에 대해 피터 히첸스 칼럼니스트가 스위스 고급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에 기고한 내용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수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보수주의 대표론자 에드문트 버크 등 전문가들은 보수주의 가치로서 '애국, 가족, 종교, 성장, 통합, 자유와 법치, 도덕과 규범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보수 스스로 이를 파괴하거나 무능력해졌다.
1960년대 학생 사회운동을 겪으면서 보수주의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비틀스가 노래한 ‘Release Me’ 등 ‘이혼을 부추기고, 무능한 경찰로 인해 불법 마약이 판을 치고, 종교가 세속화되면서 영성은 사라지고, 역사에 대한 망각에 빠지고, 좌파 공격에 비겁하게 피하고, 그리고 세상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공부하지 않고 오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주의자들이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시대에 밀려났다. 영국 처칠 총리와 로저 스크러턴 경이나 독일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 같은 통 큰 리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소련과 위성국가 동구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에 보수주의가 부활한 것이 아니라 미국식 정글자본주의가 유행하면서 반동으로 극우포퓰리즘의 길을 가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 정권뿐만 아니라 독일 극우 독일대안당(AFD),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럽에서 신나치인 극우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제로섬 게임’ 사고에서 찾고 있다. 난민이민자들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보다 자신의 파이를 빼앗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반한 것이다. 독일 나치처럼 이민자 ‘적’을 만들어 증오하는 극우민족주의 정치형태다.
아이러니하게 구대륙 유럽에 비해 신대륙 미국에서 더 낡고 늙은 정치문화(대선)가 지배했다. 프랑스 30대 마크롱의 집권과 비교할 때 바이든 vs 트럼프의 리턴매치를 두고 지적한 것이다. 보수당인 공화당 트럼프와 그의 아바타 J. D. 밴스 부통령 후보 역시 유럽의 극우포퓰리즘 정치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글로벌 리더십과 보편적 가치(통합)를 주장한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주의는 죽었다. 뉴욕타임스의 패러 스톡맨 논설위원 등 비평가들은 “밴스가 나치 이데올로기인 ‘피와 토양’의 극우민족주의를 노래하고 있다”고 비꼰다. 트럼프는 이민자뿐만 아니라 가치 동맹국까지 배제하는 외교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제로섬 게임 논리’는 주택 건설과 조경사업에 불법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차지해 미국 노동자들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음모론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공화국·공화당에 ‘공화’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의 해리스 진영은 미국은 ‘아이디어(idea)'의 나라로서 누구나 이민 와서 아메리카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한다. 해리스 자신이 이민자의 후손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해리스는 변형된 보수의 극우포퓰리즘에 맞서는 키워드로 ‘변화’와 ‘앞으로(forward)'를 내걸었다. 원래 변화에 대한 열망은 현대 미국 대선의 ‘루틴’이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 말한 ‘시대정신’이라고나 할까. 대선 후보로서 빌 클린턴은 “더 많은 변화”을 내걸었고, 버락 오바마는 “당신이 믿을 수 있는 변화”를 약속해 승리했다. 2016년 트럼프 역시 8년간 민주당 통치를 끝장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변화를 약속해 권좌에 올랐다. 2020년 대선에서 요란스러운 트럼프보다 ‘조용한 변화’를 추구한 전략으로 바이든이 승리했다.
더욱 양극화된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국민 절대 다수가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올봄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칼리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69%가 “국가 정치경제 시스템에 큰 변화가 필요하거나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민주당 유권자 24%만 미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대선 승패를 결정짓는 러스트벨트 경합지역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경제와 이민 이슈를 잘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윙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동일한 유권자 지지율(50%)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초박빙으로 가고 있다는 지표이다.
미국 대선의 상수인 ‘변화의 망토’를 입은 해리스는 2008년 오바마의 첫 번째 대선 캠페인처럼 미래지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슬로건 ‘앞으로’가 당시 시카고 민주당원들의 표어였다. 오바마의 유명한 “희망” 포스터를 만든 예술가 셰퍼드 페어리가 다시 해리스 하단에 ‘앞으로’라는 단어를 내세워 선거포스터를 제작했다. 하지만 과거 승리전략을 모방하면 ‘공허’해질 수 있다. 전직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클린턴과 오바마는 트럼프를 ‘늙은이’ ‘흘러간 옛 영화의 실패할 속편’ 등으로 조롱하고 있다. 대선 프레임, 상대방 ‘낙인찍기’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진영은 ‘해리스와 바이든 묶기’ 캠페인 전략을 펴면서 인기 없는 바이든 정부와 부통령, 무능한 행정부, 특히 이민문제와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광고는 해리스가 30초에 세 번 이상 “바이드노믹스”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해리스가 ‘국경’을 해체한다고 방영했다.
미국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되면서 대선 운동에서 문학적 반전이 일어났다. 월즈는 트럼프와 밴스에 대해 “이 사람들 그냥 이상하다(weird)”고 말한 이후다. 트럼프의 ‘고양이여성’ 등 여성 비하적인 표현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하다’는 공격적이지도 인종·성차별적이지도 않고, 모욕적이지도 논쟁적이지도 않은 단어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문학적 반전은 트럼프 암살 시도와 동시에 바이든이 사퇴하면서 일어나면서다. 암살자의 총알이 하늘의 섭리 덕분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트럼프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귀에 피를 흘리면서 주먹을 불끈 쥔 사진 한 장으로 ‘신의 섭리’ 트럼프 승리가 예고되었다. 대타 해리스 후보가 등장해 국면 전환이 이뤄졌고 문학적 반전이 일어났다.
또 다른 미국 대선의 변화는 미디어전략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든 대선이 새 미디어 환경에서 개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 트렌드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후보는 패배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라디오를 활용해 허버트 후버에게 승리했고, 존 F. 케네디는 텔레비전, 즉 TV토론을 통해 리처드 닉슨을 이겼다. 오바마는 소셜미디어의 초기 물결에 올라탔고, 트럼프는 ‘분노’라는 알고리즘을 소셜미디어에 활용해 이겼다. 다시 문화 밈과 클리핑 및 리믹스 비디오가 능숙한 해리스 진영과 인공지능(AI) 애국주의에 기반한 트럼프 진영이 치열하게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 밈 사례가 ‘브랫(brat)'으로 Z세대에게 유명한 영국 가수 찰리 XCX가 ‘카멀라는 브랫’이라는 멘트를 올렸다. ‘보통사람의 자연스러우면서 독특한 행동’을 표현했다. 트럼프를 위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9월 10일 TV토론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해리스 후보의 상승 인기가 ‘여름동화’로 끝날지 선거전문가들은 “향후 3~4주 안에 결정난다”고 전망한다. 그의 정치 역량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귀환’ 저자인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의 대중과의 거래기술과 맞춤형 공약”을 높이 평가했다. 200년 전 ‘역사철학 강의’에서 프리드리히 헤겔은 “이성과 진보는 종종 반복을 통해서만 효과적”이라면서 “부르봉가(루이 9세)와 나폴레옹은 두 번째 패배로 그들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늙은 바이든에서 컬러풀한 해리스로 후보를 교체한 뒤 트럼프가 극우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새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연합세력이 승리하고 단일군이 진다’는 대선 법칙을 트럼프가 깰 수 있을까. 케네디 후보가 지지를 선언했다.
한국 보수주의 역시 ‘극우로 변형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주위에 ‘이상한’ 역사의식과 극단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미래로 전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양쪽 다 극우반공과 반일포퓰리즘으로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Z세대가 보여준 새 물결에 맞는 새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 차기 우리 대선에서 새 변화를 일으킬 새 보수 후보가 나타날 것인지가 새 관전 포인트다.
최근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교체된 것을 계기로 영국 보수주의 몰락에 대해 피터 히첸스 칼럼니스트가 스위스 고급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에 기고한 내용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수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보수주의 대표론자 에드문트 버크 등 전문가들은 보수주의 가치로서 '애국, 가족, 종교, 성장, 통합, 자유와 법치, 도덕과 규범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보수 스스로 이를 파괴하거나 무능력해졌다.
1960년대 학생 사회운동을 겪으면서 보수주의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비틀스가 노래한 ‘Release Me’ 등 ‘이혼을 부추기고, 무능한 경찰로 인해 불법 마약이 판을 치고, 종교가 세속화되면서 영성은 사라지고, 역사에 대한 망각에 빠지고, 좌파 공격에 비겁하게 피하고, 그리고 세상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공부하지 않고 오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주의자들이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시대에 밀려났다. 영국 처칠 총리와 로저 스크러턴 경이나 독일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 같은 통 큰 리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소련과 위성국가 동구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에 보수주의가 부활한 것이 아니라 미국식 정글자본주의가 유행하면서 반동으로 극우포퓰리즘의 길을 가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 정권뿐만 아니라 독일 극우 독일대안당(AFD),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럽에서 신나치인 극우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제로섬 게임’ 사고에서 찾고 있다. 난민이민자들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보다 자신의 파이를 빼앗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반한 것이다. 독일 나치처럼 이민자 ‘적’을 만들어 증오하는 극우민족주의 정치형태다.
아이러니하게 구대륙 유럽에 비해 신대륙 미국에서 더 낡고 늙은 정치문화(대선)가 지배했다. 프랑스 30대 마크롱의 집권과 비교할 때 바이든 vs 트럼프의 리턴매치를 두고 지적한 것이다. 보수당인 공화당 트럼프와 그의 아바타 J. D. 밴스 부통령 후보 역시 유럽의 극우포퓰리즘 정치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글로벌 리더십과 보편적 가치(통합)를 주장한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주의는 죽었다. 뉴욕타임스의 패러 스톡맨 논설위원 등 비평가들은 “밴스가 나치 이데올로기인 ‘피와 토양’의 극우민족주의를 노래하고 있다”고 비꼰다. 트럼프는 이민자뿐만 아니라 가치 동맹국까지 배제하는 외교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제로섬 게임 논리’는 주택 건설과 조경사업에 불법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차지해 미국 노동자들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음모론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공화국·공화당에 ‘공화’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의 해리스 진영은 미국은 ‘아이디어(idea)'의 나라로서 누구나 이민 와서 아메리카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한다. 해리스 자신이 이민자의 후손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해리스는 변형된 보수의 극우포퓰리즘에 맞서는 키워드로 ‘변화’와 ‘앞으로(forward)'를 내걸었다. 원래 변화에 대한 열망은 현대 미국 대선의 ‘루틴’이었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 말한 ‘시대정신’이라고나 할까. 대선 후보로서 빌 클린턴은 “더 많은 변화”을 내걸었고, 버락 오바마는 “당신이 믿을 수 있는 변화”를 약속해 승리했다. 2016년 트럼프 역시 8년간 민주당 통치를 끝장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변화를 약속해 권좌에 올랐다. 2020년 대선에서 요란스러운 트럼프보다 ‘조용한 변화’를 추구한 전략으로 바이든이 승리했다.
더욱 양극화된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국민 절대 다수가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올봄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칼리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69%가 “국가 정치경제 시스템에 큰 변화가 필요하거나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민주당 유권자 24%만 미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대선 승패를 결정짓는 러스트벨트 경합지역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경제와 이민 이슈를 잘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윙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동일한 유권자 지지율(50%)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초박빙으로 가고 있다는 지표이다.
미국 대선의 상수인 ‘변화의 망토’를 입은 해리스는 2008년 오바마의 첫 번째 대선 캠페인처럼 미래지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슬로건 ‘앞으로’가 당시 시카고 민주당원들의 표어였다. 오바마의 유명한 “희망” 포스터를 만든 예술가 셰퍼드 페어리가 다시 해리스 하단에 ‘앞으로’라는 단어를 내세워 선거포스터를 제작했다. 하지만 과거 승리전략을 모방하면 ‘공허’해질 수 있다. 전직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클린턴과 오바마는 트럼프를 ‘늙은이’ ‘흘러간 옛 영화의 실패할 속편’ 등으로 조롱하고 있다. 대선 프레임, 상대방 ‘낙인찍기’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진영은 ‘해리스와 바이든 묶기’ 캠페인 전략을 펴면서 인기 없는 바이든 정부와 부통령, 무능한 행정부, 특히 이민문제와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광고는 해리스가 30초에 세 번 이상 “바이드노믹스”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해리스가 ‘국경’을 해체한다고 방영했다.
미국 미네소타 주지사 팀 월즈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되면서 대선 운동에서 문학적 반전이 일어났다. 월즈는 트럼프와 밴스에 대해 “이 사람들 그냥 이상하다(weird)”고 말한 이후다. 트럼프의 ‘고양이여성’ 등 여성 비하적인 표현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하다’는 공격적이지도 인종·성차별적이지도 않고, 모욕적이지도 논쟁적이지도 않은 단어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문학적 반전은 트럼프 암살 시도와 동시에 바이든이 사퇴하면서 일어나면서다. 암살자의 총알이 하늘의 섭리 덕분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트럼프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귀에 피를 흘리면서 주먹을 불끈 쥔 사진 한 장으로 ‘신의 섭리’ 트럼프 승리가 예고되었다. 대타 해리스 후보가 등장해 국면 전환이 이뤄졌고 문학적 반전이 일어났다.
또 다른 미국 대선의 변화는 미디어전략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든 대선이 새 미디어 환경에서 개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 트렌드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후보는 패배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라디오를 활용해 허버트 후버에게 승리했고, 존 F. 케네디는 텔레비전, 즉 TV토론을 통해 리처드 닉슨을 이겼다. 오바마는 소셜미디어의 초기 물결에 올라탔고, 트럼프는 ‘분노’라는 알고리즘을 소셜미디어에 활용해 이겼다. 다시 문화 밈과 클리핑 및 리믹스 비디오가 능숙한 해리스 진영과 인공지능(AI) 애국주의에 기반한 트럼프 진영이 치열하게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 밈 사례가 ‘브랫(brat)'으로 Z세대에게 유명한 영국 가수 찰리 XCX가 ‘카멀라는 브랫’이라는 멘트를 올렸다. ‘보통사람의 자연스러우면서 독특한 행동’을 표현했다. 트럼프를 위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9월 10일 TV토론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해리스 후보의 상승 인기가 ‘여름동화’로 끝날지 선거전문가들은 “향후 3~4주 안에 결정난다”고 전망한다. 그의 정치 역량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귀환’ 저자인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의 대중과의 거래기술과 맞춤형 공약”을 높이 평가했다. 200년 전 ‘역사철학 강의’에서 프리드리히 헤겔은 “이성과 진보는 종종 반복을 통해서만 효과적”이라면서 “부르봉가(루이 9세)와 나폴레옹은 두 번째 패배로 그들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늙은 바이든에서 컬러풀한 해리스로 후보를 교체한 뒤 트럼프가 극우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새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연합세력이 승리하고 단일군이 진다’는 대선 법칙을 트럼프가 깰 수 있을까. 케네디 후보가 지지를 선언했다.
한국 보수주의 역시 ‘극우로 변형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주위에 ‘이상한’ 역사의식과 극단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미래로 전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양쪽 다 극우반공과 반일포퓰리즘으로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Z세대가 보여준 새 물결에 맞는 새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 차기 우리 대선에서 새 변화를 일으킬 새 보수 후보가 나타날 것인지가 새 관전 포인트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독일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앙일보 전문기자로 재직했다. 국회·지자체·삼성전자 등에 350회 이상 특강한 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