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거래 규모가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가운데 새로운 23시간 거래 체제 도입이 예고되면서 투자 열풍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해외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서학개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미국 증시 상승세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해외증권투자(증권투자) 규모는 전 분기 대비 646억 달러 늘어난 9969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1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3분기 동안 서학개미들은 137억 달러 규모의 해외 주식과 펀드를 매입했고, 환율 변동과 지분 가치 상승으로 330억 달러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해당 기간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이 각각 8.2%와 2.6% 상승하는 등 주요 글로벌 증시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투자도 증가세를 보였다. 3분기 말 기준 해외 채권 잔액은 2583억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179억 달러 늘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채권을 126억 달러 규모 매수했으며 비거래 요인으로 54억 달러의 이익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같은 서학개미 열풍은 미국 주식시장 거래 시간 확대가 현실화되면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새로운 증권거래소 ‘24 내셔널 익스체인지’(24X)가 평일 15시간 거래를 시작하며 이후 SEC에서 추가 승인을 받아 하루 23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정규장 중심 거래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투자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흐름이 대외 금융자산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전 분기 대비 1194억 달러 증가한 9778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으로,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낸다.
반면 국내 증시 상황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3분기 말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증권 투자 잔액은 9575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267억 달러 감소했다. 국내 증시 부진에 따라 거래와 비거래 요인을 합쳐 손실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6월 말 2800대에서 9월 말 2500대로 하락하며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서학개미들은 앞으로도 미국 증시 중심의 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박성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미국 증시의 랠리와 유럽 증시의 반등이 해외 증권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고환율과 경상수지 흑자 흐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식시장이 23시간 거래 체제를 도입하면 기존에 관망하던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를 더욱 가속화해 대외금융자산 기록 경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