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장수는 축복인가, 부담인가?

2024-12-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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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장수는 축복인가, 부담인가?

인류는 오래 동안 건강하고 풍요롭게 장수하며 많은 자손을 두고 평온하게 삶을 마감하는 이상적인
삶을 꿈꿔왔다. 그 중에서도 장수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핵심 요소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 기술과 생활 수준의 발전에 따른 수명의 지속적 증가는 기본적으로 반갑고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그 이면에는 노령 인구의 급증과 그에 따른 노쇠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불편한 진실인 '장수의 패러독스'가 부상하고 있다. 수명 증가는 생체 기능의 저하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되는 노쇠 현상을 동반하여 독립적 생활이 어려워지고 의존적 삶을
살아가게 하면서 개인에게는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오고 사회적 재정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그 결과
기대했던 노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장수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질병 없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무병장수(無病長壽 escaper). 둘째,
질병을 치유하여 장수하는 치병장수(治病長壽 survivor). 셋째, 질병이 있더라도 동반하면서 장수하는
극병장수(克病長壽 delayer)이다. 무병장수는 생활 습관이 건전하여 퇴행성 질환 없이 장수하는 경우로
바람직한 장수 패턴이다. 치병장수도 의료 혜택으로 질병을 완치하고 장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덜하다.
그러나 각종 질환을 지니고 살면서 극병장수를 이루는 노인들의 증가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무병장수가 인간의 절대적 염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치병장수와 극병장수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장수 사회는 각종 퇴행성 질환의 동반 증가를 가져오며, 이에 따른 재정적인 의료비
증가와 간호 및 개호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장기적인 요구를 발생시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결국
고비용 장수사회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
노화는 신체적 기능을 저하시킨다. 세포 분열의 한계가 초래되고 조직 재생 능력이 저하되며,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노화는 에너지 생산 감소와 활성산소 생성 촉진으로 인해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초래하여 신체의 모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면역력 감소로 질병 이환율이 증가하고, 근육량과
근력의 감소는 운동 능력을 저하시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골밀도 감소는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을
높이며, 관절의 퇴행성 변화는 보행과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 외에도 심혈관, 소화, 신장 및 호흡
기능 저하가 초래된다. 신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저하된다.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는
기분과 감정 조절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노화에 따른 뇌세포의
감소와 뇌 구조의 변화는 기억력, 판단력, 학습 능력 등 인지 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며, 일상생활에서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수로 인한 생체 기능 쇠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의료 서비스와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며, 국가의 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을 준다. 노인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면서 연금과
같은 사회 보장 제도의 부담이 커지고, 젊은 세대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어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체 기능의 노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지연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인적 노력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근육량 유지, 심혈관 건강
개선,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예방적 치료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교류와 취미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사회적 차원에서는 노인 복지 서비스와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여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노쇠와 질병에 따른 개인적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대책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신체 기능의 쇠퇴를 보조, 증강, 대체, 복원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와
수단을 제공한다. 단순한 보행 보조기, 시청각 보조기부터 심혈관 스텐트, 임플란트와 같은 체내 삽입
장치뿐 아니라 생활 보조 로봇이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일상이 불편하고 활동이 부자유한 노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기술적 지원 체계를 제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생체 기능의 노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평생 동안 철저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만 한다.
오키나와 백세인 연구에서 과거의 백세인들은 건강하고 활발하게 생활했지만, 최근에는 절반 이상이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 보조를 받는 상황이라는 보고는 수명 증가로 장수인은 증가하였지만, 장수인들
태반이 건강 상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30여 년간 오키나와 백세인 연구를
주도하였던 스즈키 마고토 박사가 장수인이 더 이상 "보석(寶石)" 같은 존재가 아닌 "화석(化石)"으로
변해버린 것과 같다는 한숨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수의 패러독스는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장수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활발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방적 건강 관리와 과학기술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장수는 축복(bonus)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장수는 인류에게 부담(onus)이 될 뿐이다. 장수 사회에 초래된 역설적인 현상들은
장수가 일반인들이 염원해 온 축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서 개인이나 사회에 오히려
불행의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 노력과 사회적
지원 체계를 병행하여 강화해야 한다. 세계 최고장수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욱 서둘러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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