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집을 급습한 지방국세청과 세무서 직원들이 김치통과 서랍을 열자 숨겨놓은 현금, 골드바가 쏟아져 나온다. 수십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체납자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수색한 현장이다. 국세청은 이들이 숨겨놓은 현금, 골드바 등 총 11억원을 징수하고 체납자의 자녀·며느리 등 일가족 7명을 고발 조치했다.
21일 국세청은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은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 69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산추적 대상자는 유형별로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도박당첨금 등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특수관계자에게 재산을 편법이전한 체납자 81명 △수입명차 리스·이용, 고가사치품 구입 등 호화생활 체납자 399명 등이다.
이번 주요 재산추적 대상자 중에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경마・경륜・슬롯머신 등 사행성 게임에 참여, 고액의 당첨금을 수표로 수령하는 수법으로 재산을 숨긴 체납자가 적발됐다. 또 사업소득 등을 빼돌려 특수관계자 명의로 해외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외화송금하고 보험금으로 재산을 은닉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들의 금융조회를 통해 당첨금 사용처를 추적하고 보험료 해외송금액의 자금출처 확인, 발행수표의 지급정지 및 지급청구권 압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위 가등기·근저당 설정을 이용한 재산 편법이전 행위도 적발됐다. 이들은 체납발생 전 특수관계인과 공모해 허위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체납발생으로 부동산이 압류되자 가등기를 본등기로 전환해 소유권을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국세청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체납처분 면탈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체납자와 관련자를 고발했다.
롤스로이스 등 수입 명차를 직접 리스해 이용하거나, 회사 명의로 리스차량을 이용하는 호화생활 체납자도 수색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세금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자녀 유학자금 명목으로 해외에 고액 외화를 송금하거나 고가 사치품을 구입해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을 상대로 리스보증금을 압류하고 리스료, 유학자금 등의 자금출처를 확인해 재산추적조사를 실시했다. 또 체납자의 실거주지, 사업장을 비롯한 재산은닉 혐의 장소를 탐문·잠복·수색하는 강도 높은 현장징수활동에 나섰다.
유튜버, 저작권자, 강사 등 고소득 프리랜서 체납자에 대한 소득자료를 통한 강제징수도 강화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올 하반기 287억원을 압류했고 유튜버의 슈퍼챗 등 계속적 수입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압류·추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재산은닉행위에 대응해 끝까지 추적·징수할 것"이라며 "국세청 누리집 등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등을 참고해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