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상승 열기를 이끌었던 신축 아파트의 분양·입주권 몸값이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자금 조달 문제로 분양권 인기가 식고 거래가 줄면서 내년 초까지 입주율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말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지난 7일 전용면적 109.9㎡ 입주권이 28억4060만원에 거래돼 8월 최고가(29억4650만원) 대비 두 달 만에 1억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서울 도심 내 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분양·입주권도 고점 대비 10% 이상씩 하락하고 있다. 내년 입주를 앞둔 3069가구 규모의 동대문구 이문동의 ‘래미안 라그란데’ 전용 84.9㎡ 분양권은 지난 16일 12억6440만원에 손바뀜됐다. 9월 초 14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달여 만에 1억6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강동구 둔촌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월 대출 강화를 기점으로 일부 가구 상당수에서 잔금 확보가 어려워지다 보니 이달 들어서는 호가와 실거래가 모두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거래가 급감한 수도권 일부 신축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내년 입주하는 광명시 광명동 ‘광명자이더샵포레나’ 전용 39.9㎡의 분양권은 이달 11일 4억6100여만원에 거래돼 9월 거래(5억2450여만원)과 비교하면 6000만원 이상 낮아졌고, 같은 날 ‘트리우스 광명’ 전용 72.8㎡도 이전 입주권보다 1500만원 가량 떨어진 9억2790여만원에 거래됐다.
광명동 내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대출 규제 이후 매수세 자체가 급격히 떨어졌다. 신축인데도 마이너스피까지 붙은 상황”이라며 “여름만 해도 입주를 앞둔 단지를 찾는 문의 전화가 많았는데 현재는 아주 조용하다. 최근엔 광교쪽도 중개업자들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자들이 잔금 조달에 문제를 겪으면서 서울 아파트의 입주율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81.2%로, 전월(87.7%) 대비 6.5%포인트나 떨어졌다. 미입주 이유로는 ‘잔금대출 미확보’가 30.9%로 가장 높았고, 전세금을 이용한 잔금 납부가 어려워진 데 따른 ‘세입자 미확보’라는 응답도 전월 대비 8.4%p 급증한 27.3%에 달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올해 신축의 장점이 급부상하면서 서울의 신축 거래 비중이 높았고 호가로 거래되는 상황도 많았지만,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신축의 가격 하락 폭이 두드러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