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는 두 회사 합병 이후 새로운 사명으로 금융 연구와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업체로 자리 잡았다. '콤포지트 지수' 이후 'S&P 콤포지트 인덱스'라고 불렸던 S&P500 지수는 1923년에 작은 규모로 출발했다. S&P는 1926년 90개 주식을 대상으로 한 S&P90 지수로 시작했고, 1957년 대상 주식 수를 500개까지 늘렸다. 오늘날 S&P500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은 미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지난 100년간 S&P500 지수는 연평균 8.5% 상승했으며, 배당까지 감안하면 평균 10% 이상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가져다줬다. 그간 수많은 이벤트와 함께 폭락과 급등,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우상향해왔다.
2010년 이후에만 네 번의 큰 하락장이 있었다. S&P500 지수는 2011년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됐을 때 3개월 동안 주가가 21% 하락했고, 약 5개월 만에 회복했다. 2018년 미국·중국 무역 갈등이 있었을 땐 3개월 동안 20% 하락한 후 회복하는 데만 약 5개월 걸렸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땐 한 달 새 무려 35%나 빠졌지만, 약 4개월 만에 원상 회복했다. 가장 가까운 시기는 2022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9개월간 25% 하락했고, 회복하는 데 15개월이라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상 복구했고, 지금도 미국 주식의 지수로 대표되는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주식이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달러 패권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 국제 무역과 금융에서 지배적인 통화로 사용되면서 다른 국가들은 달러로 환전하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 없다. 이런 이점을 활용해 미국은 자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러 유동성과 금리를 조절해 왔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러가 무제한으로 풀렸는데,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과 유동성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렸다. 이후 달러 유동성이 거둬들여지면서 세계의 많은 취약국들이 외환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투명한 자본시장과 주주 자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범죄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과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로 이를 아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돈을 벌면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우주산업 등 세계 시장을 이끄는 초일류 혁신 기업들이 미국에서 태동하고 성장하는 등 집중돼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노후자산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인은 연금자산의 70% 이상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트럼프 이슈가 세계를 삼켜버렸다.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미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지만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는 냉랭하다. 특히 '한국 증시는 전쟁 중인 러시아나 이스라엘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공매도를 중단하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면 좀 나아질까? 금투세를 폐지하면 반등할까? 최근의 주가 패닉은 단지 트럼프 2.0 시대의 두려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구조적인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