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진용을 속속 갖추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고위 군 장성 임면에 관여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계자들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장성들을 빠르게 해임할 수 있는 기구로, 일각에서는 '군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퇴역 고위 장성들로 이루어진 '전사 위원회(가칭)'이라는 기구를 설립하는 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기구는 3, 4성 장군들에 대한 임면 심사를 맡게 될 전망이다.
WSJ가 입수한 기구 설립 초안에 따르면 해당 기구는 "요구되는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는 장성과 지휘관의 해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임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30일 이내에 해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선 선거 과정에서도 "WOKE(정치적 의식이 강한) 장군"들을 감시하는 태스크포스를 창설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데,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해임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 인물로 찰스 퀸튼 브라운 주니어 합참의장을 지목했다. 흑인으로서는 사상 두번째 미국 합참의장에 오른 브라운 주니어 합참의장은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발생한 시위 당시 해당 운동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과, 흑인 전투기 조종사로서 군 내 계급이 오른 것에 대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트럼프는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혼란스럽게 진행된 것에 관련된 장성들을 해임해야 한다며, 자신은 "취임 날 정오"까지 해당 장성들을 모두 해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소령 출신의 40대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을 지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현재 트럼프 인수팀이 국방부, 특히 합참의 규모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참에 대해 "너무 커졌다"며 "트럼프 역시 많은 장성들, 실적이 부진한 3, 4성 장군들이 기본적으로 퇴임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국방부 전임 관리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움직임이 군의 정치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WSJ은 전했다. 장성 해임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권한이지만 정치적 성향으로 해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역임했던 한 관계자는 "그들은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해 단체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캠프의 구호) 모자를 쓰기 시작했나?"라고 반문하며 "이러한 조치가 잘못 나갈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언급했다.
군 법무관을 역임하기도 했던 에릭 카펜터 플로리다 국제대학교 법대 군사법 교수는 "이는 정부가 예스맨이 아니면 누구든지 해임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며 "만일 법이나 윤리 기준으로 인해 '노'라고 말하는 장교를 해임하려 한다면 이는 기준이 완전히 임의적인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고, 그럼 원하는 누구든지 해임할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