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즌 2를 가장 우려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공화당의 10대 선거공약에 대중 강경론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농민을 보호한다”는 공약은 관세 인상을 통한 무역적자 축소, 중국으로부터 전략적 독립, 미국 자동차 산업 구제, 중요한 공급망을 국내로 유치, 미국산 구매 및 미국인 고용,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대중 의존도 약화 방법으로는 최혜국 철회, 필수재의 수입 단계적 삭감, 중국의 미국 부동산 및 기업 구매 금지가 제시되어 있다. ·“힘을 통한 평화로 복귀한다”는 공약도 중국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국가이익 우선, 군사 현대화, 동맹 강화, 경제·군사·외교 능력 강화, 미국 국경 방어, 산업 기반 부흥의 궁극적 지향점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중 압박의 강도도 시즌 2에서 시즌 1보다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서진을 막느라 중국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의 대러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를 러시아에 열어주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에 공세를 집중하기 위해서 러시아와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 편에서 미국 편으로 전향하게 되면, 미국이 중국을 더 세게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시즌 2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Anything but Biden)가 가장 뚜렷한 분야는 경제안보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과 공급망을 단절하는 디커플링을 추구했으나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의존도를 관리하는 디리스킹으로 선회하였다.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받아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협상에서 중국과 타협을 추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온건론을 타파하기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동맹국과 유사입장국의 첨단기업을 미국에 유치하는 프렌드쇼어링 대신에 관세 인상을 통해 해외에 있는 미국기업의 리쇼어링을 유도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 트럼프 시즌 2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상당히 차분한 편이다.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던 2016년과 달리, 이번에 중국은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에 어느 정도 대비하였다. 제2차 무역전쟁의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도 감당할 수있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대미 수출품의 관세가 60% 인상된다면, 중국 GDP가 최대 1.6-2.0%, 최소 1%, 수출은 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2018년 3월처럼 중국이 대등보복 원칙에 따라 미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3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3,361억 달러로, 전체 흑자의 40.8%였다. 이렇게 비대칭적 통상 관계에서 동일한 규모의 보복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통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어, 중국제조 2025, 쌍순환(국내대순환), 고품질 발전 등과 같은 국산화/수입대체 이외의 뾰쪽한 대안이 없다.
2020년 1월 타결되었던 1단계 무역 협상과 같은 고위급협상이 재개된다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트럼프 선거 캠프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유세에도 참여하였으며 신설 예정인 정부효율위원회(Government Efficiency Commission)를 이끌 예정이다. 2019년 상하이 당서기로서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를 유치하였던 리창 총리는 2024년 4월 초 그를 베이징에서 면담한 바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도 트럼프 시즌 2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약화이다. 북중러 구도는 2024년 6월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조약 체결로 와해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북러 관계의 강화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중러 협력도 이완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휴전에 합의한다면, 러시아 외교의 중심축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기울 것이다. 또한 북미 협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급등할 것이다.
북중러 구도의 약화는 한미일 협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주한 및 주일 미군 철수, 독자적 핵 개발 등 다양한 현안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되면, 한미일 삼자관계는 물론 한미·한미·미일 양자관계도 긴장될 것이다. 따라서 세력균형의 재편에 대비해 양자 및 다자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
트럼프 시즌 2는 경제안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우리 기업은 중국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프렌드쇼어링에 적극적으로 편승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극단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실시하면, 미국 리스크가 중국 리스크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철폐되면,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미 행정부는 지난 14일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늘어난 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대미 무역흑자가 트럼프 1기의 첫해인 2017년 178억 달러,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 달러에서 2021년부터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 2023년 444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미국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미 투자를 감축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통일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