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계는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몰고 올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7일, 트럼프 신 정권이 해외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이 타격을 입어 경제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동맹국인 일본과 유럽을 포함한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혀왔다.
이 가운데 자동차는 2023년 일본에서 미국으로 연간 약 150만 대가 수출됐고, 수출액은 약 5조8000억엔(약 52조5000억원)으로 전체 대미 수출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품목이다.
부과된 관세를 판매가격에 전가하게 되면 일본차 가격이 상승해 미국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고, 가격에 전가하지 않으면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면 일본 내 공장 생산이 줄어들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산케이에 “트럼프 정권에선 자동차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2~3년 동안 국내 투자로 산업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 온 만큼 앞으로 어려운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차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 수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할 뜻을 내비쳤다. 일본계 자동차 업체들은 멕시코의 차량 공장을 대미 수출 기지로 삼고 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등은 생산 차량의 70~9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관세 인상이 이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자동차 외에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의 대중국 규제의 향방이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며, 일본도 미국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반면 범용 반도체 제조장비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러한 틈새 시장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주문이 집중되고 있으며, 일본의 대형 장비업체 중에는 중국과의 거래가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업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면 일본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해 질 수 있다.
한편 에너지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증산을 거듭 강조해 왔다. 미국은 LNG의 신규 수출 허가 신청을 동결하고 있는 상황으로,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동결이 해제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파리협정 탈퇴와 전기차 추진에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탈탄소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산케이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장·단점이 있어 전체적으로 에너지 산업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