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최태원 회장)는 7일 경제·산업 전문가 15명의 의견을 종합해 트럼프 당선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통상·무역, 에너지, 첨단산업, 금융시장, 대북정책 등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한 사전 준비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전략은 '보편적 관세'와 '상호무역법'을 중심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상호무역법’을 통해 동등한 수입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크기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는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 확대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정책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의 반도체법 상 가드레일 조항 강화로 한국, 대만, 일본 등 동맹국들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 반도체와 같은 고기술 산업에서 미국의 대중 교역 제한에 따른 협조 요청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의 전기차 전환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도 한국 전기차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금리 인하와 약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순수출이 감소하고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단기적으로는 강달러 추세가 나타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약달러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순수출 감소와 자본 유출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북정책은 북·미 정상 간 직접 협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와 핵 체제 인정 여부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양자주의적 개인 외교는 곧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생략할 가능성이 큰 외교인 만큼, 한국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며 "한미일 안보협력 등 기존 동맹국 협력을 통한 대북정책이 단순 대북 억제뿐 아니라 중국 견제 차원에서도 중요함을 트럼프 행정부에 인지시켜 대북 견제 정책을 유지하게끔 설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경제·산업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했지만, 정부와 민간 차원의 실리적 외교와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