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있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초박빙 접전 속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 ‘트럼프 2기’ 시대의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은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과 이렇다 할 파이프(소통 라인)를 가진 인물이 없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전 대통령 두 후보는 이번 대선 유세를 마무리한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료 후보 가운데는 1기 행정부의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주일미국대사였던 윌리엄 해거티 상원의원 등 일본에서도 친숙한 인물들도 있다. 이들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설 경우 국무장관 및 재무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USTR 부대표로서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강세 시정을 촉구한 장본인 중 한 명이다. 현재 달러 강세의 배경에는 견조한 미국 경제와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 등이 자리한다. 하지만 닛케이는 “라이트하이저가 다시 한번 달러 강세 조정에 나서지 않을지 주목된다”면서 “환율 측면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모테기 도시미츠 전 자민당 간사장이 경제재정·재생상 시절 라이트하이저의 카운터파트로서 대립각을 세우던 경험이 있다. 다만 모테기 전 간사장은 현재 당내 비주류파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닛케이는 “이시바 정권에 파이프가 있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 것이 신경 쓰인다”며 “외무성 등이 해거티 의원에게 의지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편 이달 초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미국 대선 이후 내년 1월 당선자 취임 전 양국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달 중순 남미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혹은 연말연시께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접전을 벌이고 있어 선거 직후 곧바로 경합주 투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이달 남미 방문 전까지 미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나지 않을 경우, 이시바 총리는 국회가 폐회한 후 연말연시 시기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의 대미 방침은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지난 4일 소신표명 연설에서 “일·미 동맹은 외교·안보 기축이다. 동맹의 억지력·대처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