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발행 주식 20%에 육박하는 유상증자에 나서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유상증자 소식 후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30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31일에는 개장 직후 20% 가까이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를 맡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조사에 나서는 등 관련 사안을 조사하자 고려아연 주가는 -7%대까지 회복했다.
금감원 기업공시국은 심사 측면에서 고려아연이 앞서 거짓 기재를 한 것은 없는지, 정정명령이 필요하면 하고 조사 부분에 있어 위법 사항이 발견된다면 형사처벌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발표 뒤 금감원은 공개매수·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에 조사인력을 파견했다.
함 부원장은 "주선자인 미래에셋증권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하는 입장에서 부정거래가 성립된다면 방조죄, 자본시장법상 불건전영업행위 처벌 대상이다. 증권사 검사 측면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업의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금감원이 따로 살펴보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그동안 금감원의 만류에도 고려아연과 MBK연합 간 비방, 풍문 유포 등으로 주가는 160만원까지 치솟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그동안 ‘주주가치’ ‘국부 유출’ 우려 등을 내세워 MBK연합에 대항하며 여론 조성에 나섰지만 결국 유례없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공개매수, 유상증자는 주주의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MBK의 중국 유출 등 별 소리가 다 나왔지만 자사주 매입을 통한 공개매수 등 과정에 있어 논란을 일으키는 주체는 최 회장 측”이라면서 “주주가치를 강조했지만 결국 가치를 희석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MBK연합은 고려아연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현대엘리베이터·KCC 사건에서 법원이 인용 결정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1월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발행주식총수의 44.39%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대엘리베이터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방식으로 10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주발행 물량은 당시 발행주식총수의 약 2배에 달했고, 1인당 청약 한도는 300주로 제한됐다. KCC는 이 같은 구조의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KCC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반공모 증자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아니라 경영권 유지·방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해 기존 주주의 지배권이 유지되는 것이 회사와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고 봤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소각 예정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20% 규모고 청약 한도는 11만여 주다. 기존 발행주식의 2배를 신주로 발행하고 청약 한도로 300주만 배정한 현대엘리베이터보다는 완화된 조건이다.
앞서 MBK연합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공개매수 진행과 관련해 배임에 해당한다면서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유례없는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전날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내고 “자본시장과 주주들을 경시하는 최윤범 회장의 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