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서방의 '폭탄관세'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한 중동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對)중동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나 증가했다.
'뉴욕증시 상장' 中 니오, 중동 사업 추진 박차
중국 경제 매체 21세기경제망은 31일 니오가 중동사업 확대를 위해 중국에서 비공개 채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월 해외사업을 정비하면서 중동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운 니오는 10월 중동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직후 리빈 니오 최고경영자(CEO)가 아랍에미레이트(UAE)를 방문해 아부다비 정부가 통제하는 투자 펀드 CYVN 홀딩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합자회사인 ‘니오 미나(NIO MENA)’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아부다비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번 비공개 채용이 바로 이 R&D 센터에서 일할 인재를 모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오 관계자는 “니오 중동·북아프리카팀과 UAE 현지팀이 이미 신설됐고, 현재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오는 현지 시장을 겨냥한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고 UAE 전역에 배터리 교환소(충전소)도 설치할 계획이다. 니오는 앞서 CYVN 홀딩스로부터 총 두차례에 걸쳐 33억 달러(약 4조550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한 니오는 11월에 아부다비에 ‘니오 하우스’를 공식 오픈하고, 4분기부터 니오 SUV 모델 ‘ES8’ 인도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ES8는 현재 예약 판매에 들어갔으며 가격은 약 1억3300만원으로 책정됐다.
잠재력 큰 중동 시장...지리적 이점까지
니오 뿐만이 아니다. 내수 부진으로 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왔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최근 중동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우선 니오와 함께 중국 신흥 전기차 기업 3인방으로 불리는 샤오펑과 리오토(리샹) 모두 중동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샤오펑이 두바이에서 SUV 모델 G6와 G9 출시행사를 열었고, 중동에 간접수출만 해오던 리오토도 직접수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올해 3분기, 분기 매출 기준 처음으로 테슬라를 넘어선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도 지난 3월에 중동 시장에서 자사 주력 모델 3종을 출시했다. 지난 6일에는 광저우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이 도하에서 순수전기차 모델 아이온 Y 플러스 선보였다.
이밖에 창안자동차, 아이츠, 나타, 지커 등도 중동 지역에 전기차를 판매 중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중동 지역 자동차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2% 증가한 42만대에 달했다. 이 중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가 19.6%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중동 시장 확장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면서 중동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한 데다, 서방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어서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은 이날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최고 45.3%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중동은 잠재적 소비자가 많다. 미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다음 차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중 93% 이상이 중국 전기차 브랜드를 1곳 이상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중동 지역은 아시아-유럽-아프리카 3개 대륙을 잇는 교차점에 위치해 일부 지역에서 유럽과 북미로 수출할 때 관세를 우회할 여지도 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추이둥수 사무총장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현지 시장 수요를 공략하는 한편, 중동 국가를 제3국 시장 개척의 다리로 삼아 유럽·아프리카 등 더 넓은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