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플라잉카 타고 장자제 관광?" 드론택시 시대 여는 中이항

2024-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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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주문 1000대…'하늘 나는 택시' 현실로

SM 이수만 투자, 서울시 계약...2Q 흑자 실현

UAM 등 저고도 경제 팍팍 미는 中정부

 
중국 광둥성 광저우 이항 본사 전시관에 진열된 이항 드론택시
중국 광둥성 광저우 이항 본사 전시관에 진열된 이항 '드론택시' EH216-S 모델. [사진=배인선 기자]

"장자제(张家界) 인근 관광지에도 드론택시 배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몇 년 후 한국인들이 장자제에 오면 드론택시를 타고 공중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4일 중국 대표 도심항공교통(UAM) 회사인 이항(億航·EHang) 본사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톈싱(賀天星) 이항 부총재는 자사가 개발한 '드론택시'가 최근 전 세계 최초로 양산 승인을 받으며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이렇게 말했다. 
 
누적 주문량 1000대···’하늘을 나는 택시’ 현실로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이항 본사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그 드론택시, EH216-S 모델이다. 조종사 없이 자율비행으로 승객을 태운 채 제자리에서 바로 뜨고 내릴 수 있는 2인승 자율주행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다.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이하 민항국)에서 형식 승인, 감항(안전한 비행을 하기 위한 신뢰성) 인증, 생산 인증까지 세 가지 인증을 모두 따내며 이르면 올해 안으로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운항에 돌입하는 ‘드론택시’가 되는 셈이다. 
 
EH216-S 모델은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EH216-S 모델이 중국 민항국에서 취득한 형식 승인, 감항 인증, 생산 인증. [사진=배인선 기자] 

허톈싱 부총재는 "현재 EH216-S 모델은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에서 접수한 누적 주문량만 약 1000대며, 이 중 300여 대는 이미 고객에게 인도했다"고 말했다. 

물론 드론택시를 샀다고 곧바로 하늘에 띄울 순 없다. 드론택시를 띄우는 데 필요한 운항 인증을 민항국에서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운항 인증이 조만간 발급되면 EH216-S가 상업용 운항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허 부총재는 예상했다. 

EH216-S는 ‘백투더퓨처2’ 같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처럼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소프트웨어에 의해 사전에 설계된 항로에 따라 이동하는 게 특징이다. 

기자도 직접 이항 본사 전시관에 전시된 EH216-S 모델을 살펴봤다. 좌석 앞에는 조종간이나 비행 계기판 없이 태블릿 PC만 설치돼 있다. 화면의 내비게이션 지도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기체가 설정된 항로에 따라 자율비행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EH216-S 항속 시간은 25분, 항로 설계는 30㎞까지 가능하다. 시속 130㎞, 최고 비행고도는 1000m로 설계됐다. 지난 2년간 광저우, 허페이 등 중국 내 18개 도시 20개 지점에서 모두 9300여 차례 저고도 비행 테스트를 진행하며 안전성도 인정받았다. 최근엔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몰에서 239만 위안(약 4억600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SM 이수만 투자, 서울시 계약···2Q ‘흑자’ 실현 
허톈싱 이항 부총재가 EH216-S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허톈싱 이항 부총재가 EH216-S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허 부총재는 초기엔 명승지나 도심 관광 중심으로 드론택시를 운행하면서 미래에는 드론택시를 타고 출퇴근도 할 수 있는 도심항공교통으로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도시민들이 대부분 하루 30㎞ 이동 생활권에서 살고 있는 만큼 EH216-S가 도심항공교통으로 제격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도심 곳곳에 이착륙장을 설치하는 등 드론택시 인프라를 넓혀나가는 게 중요하다고도 그는 말했다. 이항은 내년 새로 이전할 광저우 신사옥 옥상에도 이착륙장을 설치해 광저우 도심항공교통 기지 중 하나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조종사 없이 나 홀로 드론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게 불안하지는 않을까. 허 부총재는 “비행 시스템, 센서 및 전원시스템, 배터리 동력 시스템 등이 모두 백업 설계로 구성됐다”며 “혹시 1차적으로 운항 시스템이 오류로 작동이 정지되더라도 백업 시스템으로 즉각 대체할 수 있어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항은 EH216-S 모델을 기반으로 노르웨이, 스페인, 캐나다 등 해외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에는 우리나라 서울과 대구, 제주 등 3곳에서 시험 비행을 실시했으며 서울시도 이 모델을 구입했다. 당시 서울에서 사람 대신 80㎏짜리 쌀 포대를 싣고 여의도와 한강 상공을 7분여 비행하고 무사히 착륙하는 모습까지 선보여 화제가 됐다. 

2014년 광둥성 광저우에서 드론 회사로 시작한 이항은 2016년 미국 CES에서 '하늘을 나는 택시'로 첫선을 보였다. 2019년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한국에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다. 

그간 드론택시 개발에 거액을 쏟아부은 이항은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최근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이항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0% 뛴 1억200만 위안을 거두며 분기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이항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2분기 조정 후 순익이 115만 위안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항은 한때 사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21년 미국 투자정보업체 울프팩리서치는 이항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생산공장이 사실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고 가짜 판매 계약과 허위광고를 일삼았다고 주장했고, 그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위치한 이항 본사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위치한 이항 본사. [사진=배인선 기자]
 
UAM 등 저고도 경제 팍팍 미는 中정부 
중국 조고도경제 산업 전망 자료싸이디연구원
중국 조고도경제 산업 전망 [자료=싸이디연구원]

최근 전 세계 각국이 앞다퉈 드론택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특히 중국 정부는 도심항공교통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항에 감항 인증을 내줌으로써 중국 정부가 얼마나 UAM 육성에 진심인지를 보여줬다. 

사실 우리나라도 내년 말 UAM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국산 UAM 제품이 하나도 없어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올해 중국 정부는 드론택시, 드론택배, 셔틀헬기 등과 같은 '저고도 경제'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삼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저고도 경제는 드론택시, 드론택배, UAM 등 저고도 공역에서 유·무인 항공기를 중심으로 한 여객·화물운송 등과 같은 산업을 일컫는다.

중국 정부는 업무보고에 올해 집중 육성할 미래 신흥 산업으로 저고도 경제를 처음으로 바이오 제조, 상업용 항공우주, 양자기술 등과 함께 포함시켰을 정도다. 

특히 이항의 EH216-S 같은 eVTOL 개발·활성화는 저고도 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2030년까지 중국의 eVTOL 시장 잠재 규모가 3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항이 소재한 광저우시 정부는 저고도 경제 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지방정부 중 하나다. 광저우시 정부는 올 초부터 도심에 10개 물류 상업용 비행 노선, 의약품 배송용 급행 비행 노선 등을 만들고 저고도 경제산업 단지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는 한편 eVTOL 기업에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부 산하 싸이디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저고도 경제 발전연구보고(2024)'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저고도 경제 규모는 5059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3.8%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2026년이면 중국 저고도 경제 규모가 1조 위안을 돌파하고, 2030년엔 2조 위안(약 387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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