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가 그리는 대한민국 미래 인구 전망

2024-10-30 05:00
  • 글자크기 설정
이승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승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며, OECD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해외 유수 언론들은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나라”로 언급하며 주목하고 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작년부터 장래인구추계 조사를 기존의 5년 주기에서 2~3년 주기로 단축하고 특별 시나리오를 추가해 추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더 자주 추계한다고 더 정확하게 추계할 수 있을까?

10년 전 ‘장래인구추계: 2010~2060년’과 ‘장래인구추계: 2015~2065년’은 작년 합계출산율을 각각 1.37명과 1.27명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합계출산율은 0.72명에 그쳤다. 우리가 그렸던 미래와는 너무나 다른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통계청은 ‘코호트요인법’을 활용해 장래 인구를 추계하고 있다. 이 방법은 먼저 출생, 사망, 국제 이동 등 인구변동 요인별 미래 수준을 각각 예측한다. 이후 추계의 출발점이 되는 기준 인구에서 출생아 수와 국제 순이동자 수를 더하고 사망자 수는 빼는 인구균형방정식으로 다음 해 인구를 반복적으로 산출해 나간다.
 
코호트요인법은 다양한 수학적 통계 모형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정성적 요인이 반영되기 어렵다. 또 미래 전망보다 현 상황을 근거로 한 선형적인 투영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현대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변화는 급격해지면서 정량적 분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 판단법을 활용한 인구추계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 전문가 의견에 기초한 확률적 인구추계가 시도됐다. 국내에서도 ‘장래인구추계: 2015~2065년’과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전문가 판단법이 활용됐다.
 
미래 전망에서 전문가 판단법이 확산 중인 가운데 세상의 모든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인공지능(AI)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료 진단, 법률 자문, 금융 분석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AI가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문가 판단법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AI를 활용해 봤다.
 
분석에 사용한 모델은 클로드 3.5 소네트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오픈AI의 GPT-4o보다 추론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출시한 프로젝트 기능은 사용자가 게시한 문서와 지시를 중심으로 답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더 정교한 분석이 가능했다.
 
AI를 활용한 전문가 판단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했다. 첫째는 통계청의 가장 최근 인구 전망인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을 평가하고 보완이 필요하다면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둘째는 AI에 인구사회학자, 경제학자, 행정학자 또는 정부 관료가 돼 전문가로서 미래 인구 전망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첫 번째 분석에서는 비교적 일관된 답변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 번째 분석에서는 답변마다 편차를 보였다.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AI는 아직 우리에게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없는 블랙박스에 가깝다. 따라서 AI가 어떤 논리에 근거해 2072년까지 미래 인구를 추계하였는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분석을 통해 발전된 현대 AI가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해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일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시점에서 AI 추론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는 만큼 AI를 전망 추계에 직접 활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관련 연구를 확대해 나간다면 AI를 활용한 미래 전망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각 분야의 지식을 학습한 다수의 AI 에이전트(비서)를 개발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횟수의 질의를 한 후 수렴되는 전망 값을 통계적으로 분석한다면 더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진 전망 값을 얻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후 열역학 법칙이 확립됐다. 열역학 법칙은 증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발전했다. AI 역시 인류가 발명했지만 작동 원리는 알아 가는 단계이다. 따라서 블랙박스인 AI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여 활용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d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