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체육회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유 장관은 최근 "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우려, 체육회의 방만 경영을 문제 삼아 내년부터 지자체별 생활체육예산(416억원)을 지자체 교육청에 직접 교부하기로 했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 대한체육회의 운영 방식이 문제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던 운영의 문제점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44년 만에 최소 올림픽 선수단 파견···예산은 2배?
가장 최근에 드러난 문제는 올림픽 관련 예산 편성이다.반면 체육회 임원의 수는 단 4명 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산은 선수 지원과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복합문화공간 '코리아 하우스' 조성 명목으로 도쿄 때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21억7500만원을 편성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림픽 당시 체육회는 선수단 파견 비용인 43억원보다 2억원 많은 45억원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참관단 관련 예산도 문제가 됐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체육회는 파리 참관단에 6억6000만원을 사용했다. 대다수가 비(非) 체육계 인사였고, 선정 과정도 불투명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매너 없는 응원으로 빈축을 샀음에도 체육회 예산으로 관광을 즐겼다.
소송 비용·들쭉날쭉 회계·수의 계약
지난 7월 체육회는 대한테니스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했다. 이후 신임 회장이 당선됐지만, "채무를 갚으라"며 인준하지 않았다. 관리 단체를 풀지도 않았다. 결국 두 단체는 소송을 벌였다. 최근 법원이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체육회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소송이 길어지며 변호사 비용이 늘었지만, 이기흥 체육회장은 비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테니스협회와 소송하면서 수천만원을 낭비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들쭉날쭉한 회계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체육회 인건비 지급 명세가 인원과 맞지 않는다. 일정했던 인건비 예산이 이 회장 취임 후 들쭉날쭉하게 바뀌었다"고 짚었고, 급기야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체육회 회계 관리가 동호회 수준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불법 수의 계약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보조금을 악용해 부당수익을 올렸다"며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스포츠안전재단과 보험 관련 불법적 셀프 계약 후 보조금을 부정 축재했다"고 질타했다.
체육회와 닮은 축구협회 방만 경영
가맹단체인 대한축구협회도 방만 경영으로 빈축을 샀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유화가 가장 큰 이유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산업개발(HDC) 임원이 2013년부터 축구협회에 파견돼 금전적인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는 즉각 부인했지만, 문체부 감사를 피할 순 없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한 식당에서 많은 금액을 법인카드로 지출했다. 문제는 이곳이 축구협회 부회장 아내가 운영 중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만 20회에 걸쳐 360만원 이상이 결제됐고, 2021년에는 240만원 이상, 2022년에는 618만원 이상이 각각 지출됐다. 3년간 지출한 금액만 1200만원 이상이다. 이는 공금 몰아주기 의혹으로 번졌다.
앞서 2017년에도 축구협회는 법인카드 사용 문제가 있었다. 유흥주점 등에서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유용해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최근까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숨겼다. 체육회 감사 지적에 '사용 내용 없음'이라고 공시했다. 이후 빗발치는 공개 요구에 축구협회는 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에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올렸다. 1933년 설립부터 2020년까지 80년 이상의 기록은 배제한, 2021년부터 3년간의 사용내역만 담은 자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