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대어급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IPO 시장 주도권을 쥐었지만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리스크가 작은 중소형 IPO를 꾸준히 성사시킨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PO 공모총액 기준 국내 상장주관사 1위는 하나증권이 차지했다. 하나증권 공모총액은 8857억원(7건)에 달한다. 뒤를 이어 △KB증권 8802억원(7건) △신한투자증권 8370억원(4건) 순으로 집계됐다.
상위 3개사가 대어급 IPO를 성사시키며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규모는 작지만 중소형 IPO를 연이어 성사시키며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6962억원, 6802억원, 미래에셋증권은 5428억원을 기록했다. 1~3위에 비해 최소 1000억원 이상 뒤처져 있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간극이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건당 공모금액 규모는 작지만 IPO 주관 성사 건수 기준으로는 11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증권도 9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관한 IPO 중 올 들어 공모금액이 가장 큰 것은 공동주관한 시프트업(4350억원)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더본코리아(1020억원)도 함께 주관하고 있다.
수요예측 흥행을 이끌었던 더본코리아가 일반청약까지 마무리한 뒤 상장하게 되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IPO 공모총액은 8000억원에 가까워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케이뱅크를 비롯한 대형 IPO가 좌초하며 사업 연속성을 감안했을 때 IPO 규모보다 딜 성사 여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규모가 작지만 중소형 딜을 성사시키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IPO 왕좌 싸움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000억원 안팎의 공모총액 격차는 IPO딜 2~3건 차이로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장 전 예비심사승인이 된 IPO 건수(신규 상장 기준)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8건, NH투자증권이 7건에 달해 상위 3위권 안착이 유력해 보인다.
반면 현재 공모총액 기준 IPO 1위인 하나증권은 1건에 불과하고, KB증권은 2건에 불과하다. 신한투자증권은 6건이지만 스팩 상장을 제외하면 4건 정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변동성이 부각되며 대어급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린 중소형 IPO 주관 성사 비중이 높아졌다”며 “꾸준히 주관 트랙을 쌓아온 증권사가 내년 IPO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