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4분기에도 미국 대선과 중동 정세 불안,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울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라 연말까지 살얼음을 걷는 형국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수출·건설 부진에 성장률 기대 이하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1%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분기(-0.2%)보다 소폭 반등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한은은 3분기 성장률을 0.5% 정도로 전망해 왔다. 건설 경기도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며 3분기 중 2.8% 역성장했다. 성장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4분기 -3.8%를 기록한 기저효과로 올해 1분기 3.3% 급증했다가 2분기(-1.7%)에 이어 3분기까지 마이너스 기조가 이어졌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중심으로 수주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민간소비는 2분기 -0.2%에서 3분기 0.5%로 회복됐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면서 2분기 -1.2%에서 3분기 6.9%로 급등했다. 내수에서 성장률을 0.9% 끌어올렸다. 세부 항목별로 설비투자 0.6%포인트, 민간소비 0.2%포인트, 정부소비 0.1%포인트씩 성장률에 기여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는 완만하지만 회복 중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물가 부담이 완화하고 금리도 낮아져 (향후) 소비나 투자 쪽이 내수에 도움을 주는 여건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 반등 쉽지 않아 vs 수출 살아날 것
연내에 한은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민간소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건설 경기도 겨울철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4분기에도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설비투자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건설 경기 부진은 내수가 죽고 있다는 말과 같다"며 "정부가 교통 인프라, 주택 신도시 도입을 늦추면 건설 경기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비투자는 2분기에 역성장을 해 3분기 중 오른 게 내수 회복에 큰 도움이 안 됐을 것"이라며 "건설 경기는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당장 나아지지 않는다. (최소) 1년 정도 시차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한은은 수출 호조세가 꺾인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 국장은 "3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였어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여전히 높다"며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괜찮은 편이라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리스크가 경제 전반을 둘러싼 터라 세심한 관리가 절실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 교수는 "환율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재선 시 수출도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 경기를 살리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부채 증가를 막으면 내수가 죽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