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5000만 달러(약 690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에 거리를 뒀던 세계적인 부호 중 한 명인 게이츠는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방위로 지원 중인 가운데 ‘쩐의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게이츠가 최근 해리스 지원 슈퍼팩인 ‘퓨처포워드’에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게이츠는 퓨처포워드의 주요 지지자인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의 동료들과 해리스 지지에 관해 얘기해왔다고 한다. 게이츠와 블룸버그는 자선 활동과 공중보건,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함께 활동해온 오랜 친구다.
해리스 대선 출마 이후에도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게이츠는 해리스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바이든·해리스 정부에서 해온 기후 변화 업무를 높이 평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게이츠의 자선 단체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가족계획 및 세계 보건 프로그램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게이츠의 정치 기부에는 두 자녀 로리와 피비 게이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로리와 피비는 민주당에 기부해왔고, 부모들이 정치 기부를 더 진지하게 고려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게이츠는 NYT의 보도에 대한 답변에서 기부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거나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게이츠는 초당적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과 전세계에서 의료 개선, 빈곤 감소, 기후 변화 퇴치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NYT는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해리스를 지지하고 해리스가 당선되면 재무부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다고 사석에서 비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 기준 자산 2410억 달러(약 333조6886억원)로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는 트럼프 지원을 위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슈퍼팩(정치자금 후원 단체)인 ‘아메리카 팩’을 통해 3분기에만 최소 7500만달러(약 1037억원)를 트럼프 측에 기부했다. 머스크는 지난 19일부터 아메리카 팩이 진행하는 수정헌법 1·2조(표현의 자유와 총기 소지 권리)를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한 사람 중 매일 1명을 추첨해 100만달러(약 14억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선거법 위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