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4%대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국내 증시는 달러 강세와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급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8000원 선까지 깨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최대 수혜주 SK하이닉스도 1% 넘게 하락하면서 엔비디아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22포인트(1.31%) 내린 2570.70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5%포인트(0.16%) 내린 2600.87에 출발해 장중 낙폭을 확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1bp(0.11%포인트) 급등하며 악재로 작용했고 뉴욕 증시도 엔비디아 개별주 외에 약세를 보이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약해졌다"며 "국내 증시도 트럼프 트레이드를 반영해 이차전지와 친환경에너지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2949억원, 3070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고 개인만 581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 대비 1300원(2.20%) 하락한 5만7700원을 기록했다.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위주인 실적 구조를 단기간에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인식되면서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은 AI 투자 확대로 성장하는 엔비디아와 연계성이 약해지고 있다.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성과로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은 SK하이닉스조차 3100원(1.62%) 하락한 18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총 1·2위인 두 반도체 대형주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2.05%), 삼성바이오로직스(-2.93%), 현대차(-1.05%), 셀트리온(-2.19%), 기아(-2.63%), 네이버(-3.17%) 등 상위주들이 하락했다. 금융주인 KB금융(0.64%), 신한지주(0.36%)만 올랐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1.61포인트(2.84%) 내린 738.34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3포인트(0.16%) 내린 758.72에 출발했으나 장중 낙폭을 크게 확대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1573억원, 141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만 3052억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우리 증시 약세에는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 둔화 이에 따른 기업 실적 하락 우려 등 다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9월 반도체 수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38.8%를 기록해 3개월 연속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4분기 우리나라 수출 성장은 올해 초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가 30개월 연속 전월 대비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점, 중국 주요 원자재 9월 생산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점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