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투병 생활을 오래 했어요. 병원에서 달을 보면서 많은 얘기를 했죠. 남편이 건강을 회복하면 달과 관련된 음반을 내고 연주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에요.”
소프라노 한경성은 21일 오후 서울 강남 풍월당에서 열린 한경성·하르트무트 횔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하며 “남편과의 대화가 이번 음반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가곡의 제왕으로 통하는 하르트무트 횔이 한국인 소프라노 한경성과 리트 듀오 음반 ‘달빛 노래’를 발매한다. '달빛 노래'에는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슈베르트, 볼프, 시마노프스키 등 주옥같은 리트 가곡에서부터 한국 근대화 시대 사회상과 애환을 담은 윤극영의 반달, 박태준의 가을밤까지 각 시대와 문화를 대표하는 가곡들이 수록됐다.
한경성은 이번 앨범에 대해 “3년 전,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암 판정으로 늦가을 밤하늘에 뜬 달을 보며 간절한 기도를 한 적이 있다”며 “고된 항암치료와 수술들을 이겨내던 시절에, 우리는 달빛 노래들을 부르며 힘든 시간을 지켜냈다”고 했다.
하르트무트 횔은 문화권별로 달의 이미지가 다채롭다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을 통해 달에 대한 동서양의 다양한 관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달을 남성형으로, 또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형으로 본다. 중국에는 태양과 달에 성이 없다. 독일이나 라틴에서는 달을 여성형으로 묘사한다. 어떤 곡에서는 달을 이방인으로, 어떤 곡에서는 달이 멀리 있는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르트무트 횔과 한경성은 사제 관계다. 하르트무트 횔은 “(한경성은) 정말 아름답게 노래하는 소프라노다. 언젠가 제게 연락해 리사이틀에서 반주해 줄 수 있냐고 제안했다. 아티스트로서 작업을 하게 됐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작업은 즐겁다. 위대한 음악가들과 작업할 때나 젊은 음악가들과 작업할 때나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하르트무트 횔은 “작업에 중요한 것은 상호이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곡은 마치 풍경과도 같다고 책에 쓴 적이 있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각 소프라노와 함께 걸을 때마다 그 풍경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성악과 피아노 반주로 이뤄진 게 아니라, 파트너를 이뤄서 하는 실내악이다. 두 명의 아티스트가 나누는 대화다"라고 덧붙였다.
두 아티스트는 오는 22일 서울 공연도 앞두고 있다. 19일 강릉, 20일 통영에 이은 마지막 공연이다. 하르트무트 횔은 "통영 공연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관객들이 박장대소하고 웃는 등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내일도 친밀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