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찬란한 계절, 가을. 금세 지나가 버리는 이 계절을 만끽하는 방법으로 단풍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서 40분 남짓 달리면 모습을 드러내는 곤지암 ‘화담숲’은 단풍놀이를 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늦게 찾아온 가을 단풍이 금방이라도 사라질까 조바심 나는 마음에 서둘러 화담숲을 찾은 이들이 절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해발 500m 발이봉 산자락 곤지암 스키장 내에 조성된 거대한 숲. 이곳은 일교차가 커 단풍 색이 유독 깊고 진하다. 화담숲은 최근 몇 년 사이 '단풍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가을만 되면 수강 신청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기꺼이 그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 더디게 왔다. 사람들은 가을이 절정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기엔 마음이 조급했나보다. 이달 초 찾은 화담숲에는 설익은 단풍이라도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숲으로 향하는 리프트를 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푸릇푸릇한 여름빛이 남은 화담숲은 서서히 가을빛으로 물드는 중이었다.
화담숲 입구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기품 있는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한 그루가 관람객을 반겼다. 그 옆으로 잔잔하게 펼쳐진 청록빛 호수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했다. 따사로운 햇살 사이로 살랑이는 가을바람이 나들이하기 좋은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알려줬다.
화담숲 입구를 지나면 작은 박물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민물고기생태관과 곤충생태관으로 이뤄진 화담숲 자연생태관이다. 30종에 달하는 다양한 민물고기와 숲속에 서식하는 여러 곤충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화담숲 사계절을 수초로 표현한 갤러리도 볼거리 중 하나다. 특히 화담숲의 찬란함과 열정적으로 자라는 생명을 형상화한 ‘화담숲의 가을’은 아름다운 형형색색을 선사했다. 울긋불긋한 수초로 채워진 어항은 마치 가을로 물든 화담숲을 한 조각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을 줬다.
◆모노레일 밖 형형색색 단풍의 향연
화담숲 풍경을 더욱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면 '모노레일' 타는 것을 추천한다. 모노레일에 앉아 여유롭게 숲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숲길을 가로질러 올라서면 탁 트인 전경 속에서 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오르막길을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모노레일을 타고 2승강장이나 3승강장까지 올라간 후 천천히 내려오며 숲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2승강장에 내리면 바로 앞에 전망대가 펼쳐진다. 숲과 산 너머까지 한눈에 들어와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화담 8경'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남기는 것도 화담숲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이끼원'을 지나 하얗고 곧게 뻗은 '자작나무 숲', 예술 작품으로 분재를 전시한 '분재원' 포토존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계절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푸른 숲을 보며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화담숲 곳곳에 자리한 색채원에는 핑크빛으로 물든 '핑크뮬리'가 가득해 숲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가을로 접어드는 화담숲은 푸른 나무, 싱그러운 꽃, 물들어가는 단풍까지 모든 계절을 간직하고 있다.
◆"가을의 시작" 18일부터 '화담숲 단풍 축제' 개막
곤지암리조트가 운영하는 화담숲은 경기 광주에 자리한 16개 테마원으로 조성된 수목원이다. 내장단풍, 당단풍, 털단풍, 노르웨이단풍 등 400여 품종에 이르는 단풍을 보유하고 있어 가을이면 붉고 노랗게 군락을 이루는 멋진 장관을 볼 수 있다.
5.3㎞ 이어진 숲속 산책길을 따라 남녀노소 누구나 천천히 가을을 즐길 수 있으며, 일일 최대 1만명으로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화담숲 입장과 모노레일 탑승은 모두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본격적인 화담숲 '가을 단풍 축제'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 펼쳐진다.
곤지암리조트는 숲의 자연 생태를 고스란히 담은 카페&베이커리 '씨드그린'을 지난 3월 개장했다. 이곳에서는 단풍나무와 소나무 등 자연을 담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10년 이상 간수를 뺀 '곰소 천일염'으로 만든 '곰소 소금빵'과 소나무와 암석을 표현한 '소나무 무스' '바위 무스' 케이크로 배를 채우고 숲길로 들어갈 채비를 해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나. 외부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접객 공간인 이곳에서 맛있는 차 한잔과 자연을 닮은 빵 한 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숲속 산책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