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7일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비자금 이슈 대응과 함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각 당의 경제 공약이다. 장기간 이어진 경제 침체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유권자의 관심이 물가 대책에 쏠려 있는 가운데, 여야가 가계 지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양상이다.
집권 여당 자민당은 물가 상승을 웃도는 소득 향상을 중시한다. 당장의 대응책으로 ‘저소득층 대상 급부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6일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가 13조엔(약 119조원)이 넘는 규모를 목표로 한 2024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관련 경비를 편성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또한 기초연금 수급액을 상향 조정해 고령자를 배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이 원자재값 상승분을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경제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두터운 중산층 부활’을 내걸었다. 중저소득층의 소비세 부담 일부를 세액공제와 급부금으로 경감하는 ‘급부금 지급형 세액 공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또한 공립 초중고교 급식을 무상으로 실시해 육아 가구를 지원한다고도 밝혔다.
한편 금융소득세 강화와 관련해서는 여야의 주장이 엇갈린다.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14일 민영 TBS 방송에서 “시장이 좀 더 안정되는 단계에서 (현행) 20%에서 25% 정도 세율을 인상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시바 총리는 금융소득세 강화에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중의원 질의에서 ‘금융소득세를 강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흐름을 계속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금융소득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금융소득세 강화는 이시바 총리가 2021년 총재 선거 때도 내세운 소신이다. 일본은 소득에 최고세율 45%의 누진과세를 적용하는 반면 주식의 매각·배당 등 금융소득에는 20% 단일세율을 매긴다.
이에 총소득 1억엔까지는 소득 증가에 따라 부담 세율이 높아지지만 그 위 초고소득자는 오히려 세금 부담률이 줄어드는 ‘1억엔의 벽’ 현상이 나타난다. 이시바 총리는 이를 타파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가 당선된 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닛케이225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8% 떨어지면서 일본 증시가 금융소득세 강화 기조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