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피고인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사후 압수영장이 기각됐는데도 이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가 그사이 발부받은 새 영장으로 휴대전화를 다시 압수하는 것은 위법한 증거수집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갈, 사기,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조직원들의 범죄를 수사한 경찰은 형사소송법 제216조 3항을 근거로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이후 압수영장을 신청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일 때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고 이때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원에서 사후 압수영장이 기각됐고, A씨가 우편으로 휴대전화 반환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절하며 직접 방문해 받아갈 것을 고지했다. A씨가 휴대전화를 찾으러 가지 않는 사이 경찰은 압수영장을 다시 발부받았고, A씨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줌과 동시에 다시 이를 압수했다. 검사는 이후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복제·출력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1심은 "경찰이 휴대전화를 가져갈 것을 고지했는데도 A씨가 이를 지체했고 그사이 적법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돼 경찰관이 이를 새롭게 집행하게 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획득한 증거가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A씨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사후 압수영장 기각 후 A씨에게 즉시 압수한 휴대전화를 반환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체했고, 이후 A씨 영업소를 방문해 A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고 곧바로 새로 발부받은 압수영장을 집행해 휴대전화를 반출했다"며 "이는 형식적으로 반환한 외관을 만든 후 다시 압수한 것으로 적법 절차의 원칙이나 영장주의를 잠탈해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정당하고,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한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컴퓨터나 USB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그 분량이나 내용, 성격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법원이 위법한 압수를 통해 얻은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압수·수색에서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