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 발표가 14일(이하 현지시간) 경제학상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올해 노벨상이 인공지능(AI)의 돌풍과 함께 한강 작가,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 등 아시아계의 수상으로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노벨경제학상에도 새로운 바람이 이어질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노벨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베리예스 릭스방크(스웨덴 중앙은행) 경제과학상'으로, 스웨덴 중앙은행이 설립 300주년을 맞아 1968년 제정한 상이다. 이에 다른 노벨상들이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돼 1901년부터 수여된 것과 달리 노벨경제학상은 여러모로 다소 이질적인 노벨상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노벨경제학상이 경제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 정통성을 두고 여러 논란이 뒤따랐다.
노벨경제학상의 또 다른 편향성 논란은 미국 소수 명문대학 출신의 주류 경제학자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93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소속 학교 중 상위 5곳(시카고, 하버드, MIT, 프린스턴, 스탠퍼드)이 모두 미국 대학들이고, 이들이 배출한 수상자만 49명으로 전체 수상자의 절반을 넘는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경쟁기업연구소(CEI)의 제임스 브로겔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에 기고한 '노벨경제학상은 한물 지난 그들만의 리그'라는 글을 통해 1972년과 2007년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와 에릭 매스킨의 여러 동료 및 제자들 역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을 지목하며 "이러한 패턴은 노벨경제학상이 분야 내 기득권을 강화시켜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론들이 수학적으로는 우아하지만 현실 경제의 복잡성과는 괴리되어 있다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8일 유명 경제학자인 타일러 코웬 및 알렉스 타바록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자신들의 경제학 블로그 '마지널 레볼루션' 팟캐스트 방송에서 부테린이 "통화경제학에 있어 실질적으로 뭔가를 했다"며 노벨경제학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웬 교수는 "비탈릭은 플랫폼을 만들었고 통화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미제스의 회귀 정리를 반박한 것으로, 사토시의 발자취를 따랐다고 할 수 있다"면서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 또 뭘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비탈릭의 업적을 비트코인의 창립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에 빗댄 것으로, 사토시 역시 꾸준히 노벨경제학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어 온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올해 노벨상이 AI와 아시아계의 돌풍 등에 힘입어 파격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노벨상의 대미를 장식할 노벨경제학상 역시 암호화폐 등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올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