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료개혁 방향성 등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실무 관계자들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마련됐다. 양측은 지속 가능성과 환자 중심 의료개혁이라는 굵직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날 선 대립각을 보였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의료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졸속 합의가 결국 미래에 위기를 다시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속 가능한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의료계가 함께 합의점을 찾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강희경·하은진 서울의대 교수가 참석했으며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토론회는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 방안 △2000명 증원 왜 필요한가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 △환자 중심 의료체계 구축 방안 △의료 정책 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우선 유 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모두 확인했다”며 “쟁점에 대해 상대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에 중점을 둔 토론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 진행된 토론회는 시작 지점부터 마지막까지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기존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첫 발표를 맡은 장 수석비서관은 “정부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의료계 동참을 수없이 요청했지만 의료계가 동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참고한 3개의 전문가 연구에서도 미세한 가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035년에 의사가 약 1만명 부족하다는 동일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2000명 증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은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정부가 줄곧 2000명은 필요 최소한의 숫자라고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강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적지만 부족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의사 수 증가율은 고형화가 훨씬 진행된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강 교수는 의사 수가 많으면 오히려 의료비 지출이 많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해주자고 제안하고 싶다”면서 “나와 내 병을 잘 아는 전문가팀, 1차 의료를 강화해서 환자 중심 의료체계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소송 여건을 개선하고 필수 의료를 지원해서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밖에도 토론회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시스템 개선, 주치의 제도 도입, 건보재정 시스템 변화 등 의료개혁이 필요한 다양한 주제가 제시됐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