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외유로 10~11일 라오스를 방문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9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라오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등과 정상회담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라오스 방문 기간에 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일본과 아세안 회원국이 탈탄소를 위해 만든 '아시아 제로 에미션 공동체'(AZEC) 정상회의 등에 잇달아 참석한다. 각 회의 사이사이에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 등과의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이시바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며 "리창 중국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도 조율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또 "이시바 총리는 정상 간에 상대국을 왕래하는 '셔틀 외교'를 계속해 조기 방한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동아시아의 엄중한 안보 환경을 감안해 미국도 포함한 한미일 틀을 중시하고 안보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과) 안정된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지난 2일 첫 전화 통화에서 한일 양국과 한미일이 단합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 "우리나라가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지난 8월 출간한 저서에서는 일본의 한국 병합과 관련해 "상대국 국민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해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는 한일의 진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중국과는 2023년 11월 기시다 전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중국 주변에서의 군사적 도발과 중국 내 일본인 억류 등 양국 문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대중 외교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이시바 총리의 외교 데뷔에서는 그간 주장해왔던 '아시아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에 대한 언급도 주목된다. 앞서 7일 중의원 본회의 대표질문에서 "(신설은)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없다. 우선 시급한 외교 안보상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표명했다.
아사히는 "균형외교를 추구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아시아판 NATO' 창설론은 봉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