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취업규칙을 바꾸면서 일용직 근로자에게 지급하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에서 보장된 일용직 근로자의 권리를 박탈해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을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김포갑)이 9일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지난해 취업규칙 변경 심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변경해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CFS는 지난해 5월 26일 기존 취업규칙 퇴직금 관련 조항을 '퇴직금품'으로 변경했다.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 기준 중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근로자의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을 제외'하던 조항을 '매 1년 단위로 4주 평균 주당 15시간 이상이 퇴직금품 지급 대상'으로 바꿨다.
취업규칙 변경 후에는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포함되면 근로기간이 0에서부터 시작돼 1년 이상 근무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실례로 2022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개월 이상 꾸준히 근로해도 그해 3월에 주당 1일만 근로한 경우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쿠팡CFS 관계자는 "단기사원의 경우 당일 근로·약정된 근로의 종료와 동시에 자동적으로 근로 관계가 종료되므로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회사는 호혜적으로 단기사원에 대한 퇴직금품 지급 기준을 정해 요건을 충족한 단기사원에게 퇴직금품을 지급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은 1995년부터 현재까지 적용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들어 이를 반박했다. 해당 판례는 "최소한 1개월에 4·5일 내지 15일 계속 근무하면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며 "형식상으로 비록 일용직 근로자로 돼 있다 해도 일용 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돼 온 경우엔 상용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명시한다.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지난 4월 해당 판례에 따라 대법 최종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고용부도 당시 "4주 평균 주당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 있으면 그 기간을 제외하고 산정한다"는 행정 해석을 내렸다.
올해 7월 기준 쿠팡CFS의 일용직 근로자 수(중복 제외)는 10만960명이다. 이들의 퇴직금을 200만원이라고 계산해 단순 합산하면 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고용부에 신고된 쿠팡CFS의 퇴직금 미지급 진정은 매년 20여건 안팎에서 취업규칙을 개정한 지난해 90건, 올해 8월까지 75건으로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주영 의원은 "쿠팡 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대법원 판례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를 박탈시키며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는 불법 행위"라며 "취업규칙 변경의 내용과 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일용직 근로자의 빼앗길 권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