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이 고금리 대출로 급한 자금난을 해결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모펀드(PE) 투자자금 상환이 시급했던 상황에서 경영진은 12% 넘는 고금리뿐만 아니라 선수수료까지 내는 강수를 뒀다. 상환기간도 짧은 만큼 회사 안정화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FI) 확보가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다.
6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30일 폴라리스쉬핑을 대상으로 총 3400억원 규모 대출을 실행했다. 2000억원은 지주사인 폴라E&M에, 나머지 1400억원은 사업 자회사인 폴라리스쉬핑에 입금됐다. 대출금리는 연 12.5%며, 만기는 2년이다. 폴라리스쉬핑은 이자 외에도 선수수료 200억원을 메리츠증권에 지급했다. 담보로는 폴라E&M이 보유한 폴라리스쉬핑 지분(80.52%)을 설정했다.
폴라리스쉬핑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이러한 고금리 대출을 추진한 이유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현재 김완중·한희승 회장이 이끄는 폴라리스E&M은 9월 내로 1순위 채권자인 칸서스자산운용과 2순위 채권자인 NH PE-이니어스 컨소시엄에 대한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담보물인 주식 강제 매각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폴라리스쉬핑은 올 상반기 선박을 매각해 칸서스자산운용에 1280억원을 상환해 채무가 약 510억원 규모 남은 상태다. 이에 폴라리스쉬핑은 이번 대출 자금으로 칸서스자산운용에 대출 잔금 약 510억원을 상환했고, NH PE-이니어스 컨소시엄에도 약 2700억원을 상환했다.
다만 업계에선 12.5%에 달하는 높은 금리와 선수수료 지급은 A3-로 양호한 폴라리스쉬핑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게 설정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우선 방어하기 위해 이처럼 불리한 금리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에서 받은 대출을 모두 상환해도 자금이 200억원가량 남는다. 불확실한 대내외 시장 상황을 대비해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유 자금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폴라리스쉬핑 자금을 대출 형태로 폴라E&M으로 옮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고금리 대출이 단기적으로는 경영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사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폴라리스쉬핑은 현재 벌크선 등 보유 중인 자산을 매각해 채무를 일부 상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출금을 전액 상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 사모펀드 등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추가 자금 확보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폴라리스쉬핑이 이번 고금리 대출로 당면한 경영 위기는 넘겼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채 상환을 위한 추가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며 "자산 매각이나 외부 투자 유치 여부에 따라 회사의 재정 건전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완중·한희승 대표는 지난달 검찰에 배임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폴라리스쉬핑 자금 약 500억원을 폴라E&M에 대여금 형태로 전달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