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이 파란색 줄무늬 환자 입원복을 입고 드넓은 초원이나 사막을 배경으로 제멋대로 뛰어다니거나 구르는가 하면, 몸을 마구 흔든다.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환자룩(look) 여행', 이른바 '펑유(瘋遊, 미친여행)'의 모습이다. 중국 경제 불황 속에서 학업·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경쟁사회에 내몰린 청년들이 이처럼 기괴한 행동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행가이드로 활동하는 후씨는 중국 인터넷매체 주파이신문에 최근 모집한 단체관광 코스에 '환자룩 기념촬영'을 새로 추가했는데, 예상 밖에 신청자만 20명이 넘었을 정도로 인기였다고 전했다. 이 가이드가 공개한 영상에는 "환자분 모여주세요"라고 누군가 구호를 외치자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청년들이 잔디 위에서 함께 구르고 춤추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예 환자복을 입고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춤추는 환자룩 시리즈 영상을 올리는 '줸쯔'라는 이름의 인플루언서도 있는데, 누리꾼들로부터 환영받으며 70만개의 좋아요를 얻었을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청년들의 '환자룩 여행'이 유행하면서 타오바오에서는 이러한 환자복 검색량과 판매량이 급증하며 인기 검색어에도 올랐다. 한 상점 주인은 여행사진 촬영용으로 사려는 사람이 늘었다며 하루에도 환자복만 수백 장씩 팔린다고 전했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환자룩 여행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일자리 기회는 줄어들어 구직이 어려운 데다가, 취직을 해도 저임금과 고강도에 시달리는 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대학 졸업식에서 무기력한 심리를 반영해 '좀비 스타일' 졸업 사진을 찍거나,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열망을 담아 새 흉내 내는 셀피를 찍는 게 유행하는가 하면, 직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자 아무렇게나 입고 출근하는 '역겨운 출근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말이나 연휴 때 전국 곳곳의 사찰에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청년 전문 요양원에 몸을 맡기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도 취업난과 경쟁 등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정신적 탈출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엔 무기력한 중국 청년들의 심리를 반영한 네이쥐안(內卷·질적 성장 없는 소모적인 경쟁), '탕핑(躺平·의욕을 잃고 드러눕다)', '룬쉐(潤學·중국탈출 연구)', '45도 인생(탕핑도 네이쥐안도 아닌 어중간하게 사회에 순응하며 사는 인생)'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