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이 집단으로 낸 휴학계를 일괄 처리했다. 교육부는 동맹 휴학 승인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감사에 착수해 갈등이 예상된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이번에 승인된 휴학 규모는 700여명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 정원(학년당 135명)을 고려하면 대부분 학생의 휴학이 승인된 셈이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가 총장이 아닌 각 단과대 학장에게 있다.
다른 의대들로 휴학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에 교육부는 이날 오후 바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감사인단도 12명으로 대규모로 꾸려졌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다.
교육부는 전날 서울대 의대의 휴학 처리에 대해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말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계를 제출한 이후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며 휴학 승인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를 어기고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가 휴학 취소 명령을 대학에 직접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휴학 관련 최종 권한은 기본적으로 대학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에 했던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대학을 (정부) 산하기관 취급하는 나라는 없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서울대에 대한 감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 행위, 교육파괴 난동을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다른 39개 의과대학의 학장, 총장도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휴학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며 "폭압에 맞서 이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10개 국립대 총장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는 4일 제주에서 개최되는 정기회의에서 의대 휴학 사태 등 관련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여전히 동맹 휴학 승인은 안 되며, 지난 7월 마련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생들이 복귀만 한다면 유급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날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의대에 '학사 운영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집단휴학 확산 단속에 나섰다.
공문에서 교육부는 "집단행동의 하나로 이뤄지는 '동맹휴학'은 휴학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향후 대규모 휴학 허가 등이 이뤄지는 경우 대학의 의사 결정 구조 및 과정, 향후 복귀 상황을 고려한 교육과정 운영 준비 사항 등에 대해 점검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