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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 원전 예정 부지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3/17/20250317153933984310.jpg)
순풍을 타던 원전·방산·전력 인프라 등 분야에서 한·미 협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 때문이다. 최악에는 협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체코 신규 원전 수주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OE의 민감국가 지정 조치가 오는 4월 15일 실제 발효되면 국내 주력 산업 다수가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감국가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국가를 특별 관리하는 제도다.
원전 업계의 불안감이 크다.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체코에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다. 두코바니 원전 2기 총사업비는 24조원으로 원전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최종 계약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이 민감국가로 공식 지정되면 원자력 분야에서 한·미 간 기술 공유·공동 연구·프로젝트 협력 등이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74년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과 1975년에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개발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 재처리 기술) 등 주요 기술을 DOE 협조 없이 개발할 수 없다.
체코 원전 사업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민감국가 지정을 빌미로 또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분쟁 등을 제기한 바 있다. 한수원은 이달 초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나 일감 등을 주고 다른 원전 수출도 공동 추진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봉합한 상태다.
한수원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당장 민감국가 선정에 따른 파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체코 원전 수주는 계획대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방산·조선업도 사정권에 들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선박 수출 및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 중인 국내 조선사들은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미국 조선업 재건에 있어 한국은 필수 파트너인 만큼 피해는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인공지능(AI) 활성화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 인프라 시장 진출 확대를 기대했던 전력기기 업계 역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은 고효율과 안정성을 갖춘 제품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민감국가 지정 조치에 따른 대미 수출 계획 변동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공학화 초빙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국내 원전 사업은 물론 과학기술 발달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대미 외교 관계를 재정립하는 한편 우리나라도 국익을 우선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