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원인 매우 다양...정부가 원인 규명 위해 적극 나서야"

2024-10-01 18:38
  • 글자크기 설정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택시가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 인근에서 취재진이 견인된 가해 차량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택시가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발진 사고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 인근에서 취재진이 견인된 가해 차량을 살피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를 운전자의 페달착오로 일반화하기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적인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사고 원인을 소비자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급발진 원인 규명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정책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반주일 상명대학교 교수는 "혼다,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도 소프트웨어 결함, 전자식 스로틀 제어시스템(ETCS) 결함 등을 원인으로 급발진이 다수 발생해 리콜한 사례가 있다"면서 "급발진은 운전자가 보낸 신호를 자동차가 잘못 처리한 결과 값인데, 개발자가 아무리 완벽하게 프로그램을 세팅해도 모든 오류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급발진 원인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 교수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 결함은 차량 제조사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100% 급발진이 없다'는 이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전자장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리던던시(Redundancy) 등이 필요함에도 비용 문제로 전자제어장치(ECU)도 다중화하지 못하고 있는게 제조업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증한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제조물 결함이란 해당 제조물에 제조상·설계상·표시상의 결함이 있거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차량 급발진 사고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차량의 하자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받기 쉽지 않다.
 
반 교수는 "통상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가 제공한 전자기록장치(EDR)를 분석하는데, 현행 EDR은 기록시간이 5초에 불과해 운전자의 행동을 기록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서초구 쏘렌토 급발진 의심사고 판결문 역시 EDR의 기록이 차량의 동작은 증명하지만 운전자의 행동은 증명하지 못한다는 기술적 맹점을 정확히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EDR은 사고 분석이 목적이지 제조사의 법적인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급발진이냐, 운전자의 오조작이냐 하는 문제의 시작은 1960년대부터 지속됐던 논쟁"이라며 "제조사와 소비자의 갈등, 정부의 다양한 조사 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급발진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확대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현상이더라도 소비자와 제조사간 갈등이 지속된다면 이 문제 해결의 주체는 정부가 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제조물 책임배상법을 운전자가 아닌 제조사가 증명하는 구조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자동차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검증 중립기구를 만들어 페달 오조작에 대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엔진 ECU 엔니지어 출신인 박정철 로데이터 변호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는 급발진 사고에서 쟁점이 아니다"라면서 "급발진 사고의 핵심은 차량이 운전자 의도와 달리 갑자기 가속을 했다는 점이고, 운전자가 이런 상황에서 브레이크 혹은 가속 페달을 밟은 행동은 현상의 후속 결과일 뿐, 급발진 존재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소비자는 급발진 입증 능력이 부족하고, 제조사는 제품 결함을 스스로 입증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급발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었다"면서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급발진은 분명히 존재하며, 제조사도 이를 알기 때문에 다양한 에러진단 로직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급발진과 같은 심각한 안전 문제에 안전선 검증, 독립적인 조사기관, 페달 오인 방지 및 급발진 상황 대처 교육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소비자와 함께,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과 상명대학교 반주일 교수, 대덕대학교 이호근 교수, 주식회사 로데이터 박정철 변호사, 국토부 관계자, 한국자동차 모빌리티 산업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