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9월 수출 규모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국내 증시 발목을 잡던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의 반등이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모건스탠리가 제기한 반도체 수요 부족에 대한 우려와 달리 내년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대비 37.1% 증가한 136억 달러, 자동차 수출액은 같은 기간 4.9% 늘어난 55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급에 대한 전망이 바뀌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2025년 HBM 공급률을 기존 예상치 8%(공급과잉)에서 0%(수급균형)로 수정했다. 공급 전망치는 기존 월당 410K에서 월당 345K로 내리고, 수요 전망치는 기존 18억GB에서 22억GB로 올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과 HBM 수요에 대한 과신이 공급업체들의 과잉 투자로 이어질 것에 대해 우려해왔다”면서 “블랙웰(Blackwell)의 출시와 HBM3e 양산 검증 등의 지연, 컨슈머향 D램 수요 약세 우려 등 과도해보였던 HBM 증설 스케줄에 긍정적인 변화(지연)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디램에 대한 수급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일시적인 공급과잉을 보인 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급 부족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내년 스마트폰에 AI 기능 탑재를 위한 디램 탑재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AI 수요 강세가 지속되는 한 디램 업황은 상승 사이클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 기아차를 중심으로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올 3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기대되는 할부금리 하락과 인센티브 비용 축소에 따라 금융사업부 실적호조가 예상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HEV트림 조기양산을 기반으로 미국 내 사상최대 판매실적을 경신 중”이라며 “당분간 실적호조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7월을 기점으로 아이오닉5의 인센티브 하락도 시작되고 있어 빅컷 이후 전기자동차(EV) 시장 선점에 따른 밸류에이션 정상화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EV 성장세에 힘입어 자동차 주도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EV 판매량은 올해 20만6000대에서 내년 32만3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최대 볼륨모델인 EV3, EV4가 유럽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유 연구원은 “광명 EV공장 램프업 완료, 미국과 유럽 EV생산라인 전환 진행 등 올 4분기부터 가파른 EV생산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EV시장은 저점이 확인되고 있어 EV시장 주도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수출 호조 소식이 들리기 전 국내 증시는 반도체, 자동차 업황에 대한 우려가 하방압력을 높였다.
지난 9월 30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이 4.1~5.0%의 낙폭을 기록하며 코스피가 2.1%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18거래일 중 17일간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대외적인 요인들이 하방 압력을 높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당국이 자국기업에 엔비디아의 AI 칩 H20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과 함께 달러 약세 등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앞서 글로벌 IB 모건스탠리는 스마트폰 및 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과 HBM 공급 과잉 등의 사유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했다는 진단과 함께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투자의견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하향조정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전 업종이 내린 가운데 반도체, 자동차 등 대형주가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며 “달러 약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7.8원까지 하락했고, 수출주 중심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