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25일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이번엔 빈곤층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현금을 살포하기로 했다. 전날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완화를 비롯해 부동산과 증시 대책을 포함한 대규모 부양책 패키지를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최근 장기 불황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선 대규모 재정부양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25일 중국 재무부와 민정부는 내달 1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극빈곤층·고아 등 취약계층에 일회성 생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당과 정부의 빈곤계층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가계에 직접 현금을 제공하는 '복리주의(복지주의)'를 꺼려왔던 중국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중국은 직접적인 현금 지원으로 게으른 사람까지 정부가 먹여 살리는 이른바 서구식 '복지주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계해왔다. 이번 현금 살포 조치가 사실상 이러한 행보와의 '결별'을 선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올 들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고조되는 등 소비 부진이 심화되자 중국 정부는 소비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왔으며, 중국 내 경제학자들은 현금 지급이 소비를 장려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앞서 7월 중국 저명한 경제학자인 리다오쿠이 칭화대 중국경제사상실천연구원장은 중국이 국경절 연휴기간 최대 1조 위안(약 189조2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을 발행하면 단기간 내 소비 촉진은 물론, 생산 촉진과 세수 증가로 파생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중국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고작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8월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로, 1%를 밑돌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냈다. 최근 중국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중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 동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올해 중국 지도부가 목표로 한 성장률 목표치 5% 달성을 위해 소비 진작의 필요성도 커졌다.
사실 중국은 하루 전날인 23일 정책금리 인하, 금융기관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등 통화 완화정책,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을 비롯한 부동산 안정 대책, 증시안정 대책 등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시장 심리는 개선됐지만, 취약한 소비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선 재정 부양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에 부응하는 재정 부양책이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 당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담당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에 "현재 중국 경제의 주요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다"라며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특히 재정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프레드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가 재정정책과 같은 조치를 통해 수요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5일 중국 정부는 고용시장 안정을 위한 문건도 발표했다. 이날 중국 당중앙과 국무원이 발표한 고용안정 24개 조치 문건에서는 특히 대졸자 등 청년 고용채널을 늘려야 한다며 직업 소개·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취약계층 대졸자, 장기 미취업 청년 등의 고용을 지원할 것임을 강조했다.
문건은 "고품질의 완전고용을 경제·사회 발전의 우선 목표로 삼아 이를 국민경제사회 발전 규획에 편입시키고 재정·통화·산업·물가 등 정책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 상하이증권보는 2012년 11월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당중앙 차원에서 발행한 최초의 고용촉진 문건이라고 전했다.
이는 그만큼 중국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18.8%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인 7월 17.1%보다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중국 당국은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도는 등 심각한 수준을 기록하자 통계 집계 방식을 바꿨는데, 그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1158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취업시장에 진입한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