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발언한 고려아연 부회장..."장형진, 고려아연에 폐기물 떠넘기려 했다"

2024-09-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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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중 부회장 외 핵심기술인력 20명 기자회견

"MBK 인수 결사 반대...기술 해외 유출 우려"

"최 회장, 직원들 가족처럼 챙겨...3년간 중대재해 0건"

구호 외치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임직원들 사진연합뉴스
구호 외치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임직원들. [사진=연합뉴스]
"석포제련소 경영실패로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직면한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제 투기자본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 (국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고려아연의 기술전문경영인(CTO)인 이제중 부회장이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와 영풍을 상대로 작심 발언을 했다. 

이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고문이 그동안 카드뮴 처리를 비롯해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며 "이에 관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공채로 입사해 40여년간 재직하며 오랜 기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 고문 일가를 곁에서 보필한 당사자가 입을 연 만큼 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를 토대로 조만간 고려아연 차원에서 장 고문을 배임 미수와 업무방해 등으로 검찰에 추가 고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영풍이 석포제련소를 반세기 동안 운영하면서 카드뮴·수은·비소 등을 포함한 산업 폐기물을 70만~80만톤 정도 저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 4~5년 전 장 고문이 이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처리하고 싶어 했다"며 "이것은 배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이를 막은 사람이 최 회장"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최 회장과 장 고문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며 양측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장 고문이 함께 거절의 뜻을 밝힌 저를 불러 '너는 사내 정치를 할 줄 몰라, 네가 누군데 감히 내 말을 거역하느냐, 너 자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경영능력에도 차이가 있지만 사람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게 최 회장이라면 사람을 머슴처럼 부리는 게 장 고문"이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MBK의 경영권 확보 시도에도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MBK 같은 투기 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하면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도 함께 무너질 것"이라며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과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저와 핵심기술인력 20명은 즉시 사퇴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고려아연은 98분기 연속 흑자와 10년간 영업이익률 12.8%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2차 전지 소재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으로 미래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과 영풍은 해외에서 공동으로 원료를 구매하고 판매도 함께했다"며 "그런데도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경영자와 기술 차이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 공정 곳곳에 비철금속 가공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핵심 기술이 적용돼 있다"며 "그 기술의 가치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투기회사들이 보면 모두 해외로 팔아먹기 좋은 재료들이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 핵심기술이 중국 등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비철금속 생산·가공을 중국 기업이 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없어지면 한국 반도체 경제가 멈추는 국가적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며 "고려아연 생산능력(캐파)의 절반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에 대한 강한 지지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제련사업은 농사와 같다. 농부가 매일 손수 잡초를 뽑는 것처럼 경영진이 애사심을 갖고 직원을 관리해야 한다"며 "최 회장은 입사 후 온산제련소에서 1년간 현장실습을 받으며 관련 기술을 대부분 습득했고 이후 호주 자회사 SMC 공장으로 가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직원이 손끝 하나라도 다치면 실시간 보고하도록 하고 '안전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원 안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그 결과 지난 3년 동안 중대재해가 한 건도 없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 2명이 기소된 영풍과 회사 상황이 다름을 강조했다.

MBK가 제기한 문제 가운데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 홀딩스 인수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이그니오를 인수한 이유는 폐자재를 전처리 분류한 후 온산제련소에서 추출·가공하려는 데 있다"며 "투자심의위에서 검토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연 구리 15만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분명히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 이익을 줄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MBK의 공개매수에 26일까지 회사차원의 공식 대응은 없을 것이라며 적당한 시기에 최 회장 주도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이나 백기사(우군) 확보 등 MBK·영풍에 대응해 경영권을 지킬 방안에 대한 설명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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