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돌봄 서비스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지원 조례 폐지가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 4개월여 만에 서울시는 새로운 공공돌봄 정책 기조를 밝혔다. 지난 9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계획'은 직접 서비스 제공은 전부 민간에 맡기고, 공공은 '조정자' '지원자' 역할에 머무는 게 골자다.
민간 서비스만으로 공공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적지 않다. 정 실장은 "공공성을 갖고 있는 돌봄 서비스를 민간이 할 수도 있고 공공이 할 수도 있다"며 "서사원이 공공에서 돌봄 공백에 앞장서겠다며 만들어졌는데 실패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서사원은 당초 공공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고, 열악한 돌봄 노동자 처우를 극복하고자 2019년 설립됐다. 민간에서 꺼리는 중증 고난도 돌봄 서비스를 집중 제공하는 한편 시장가보다 높은 임금을 책정해 종사자 처우도 자연스럽게 개선하고자 했다. 정 실장은 서사원이 돌봄 공백은 해소하지 못한 채 더 높은 임금만 받아간 꼴이 됐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서사원에서 지난해 동안 야간 근무한 게 3건이었다. 개인당 3건이 아니라 종사자 300여 명을 합해서"라며 "굳이 야간과 휴일에 근무를 하지 않아도 민간보다 1.6배 많은 보수를 받다 보니 주말이나 야간에 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성 강화계획의 핵심은 돌봄 공백 메우기다. 가장 시급한 곳은 ‘고난도 중증 어르신’과 ‘휴일·야간 돌봄’으로 좁혀진다. 사각지대는 인센티브를 통해 근무를 유도하고, 2인 1조 서비스로 노동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 상담할 수 있는 ‘안심돌봄120’도 설치한다.정 실장은 "공급 주체가 어디든 간에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시민들이 누구나 편리하게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실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돌봄서비스에서 공공의 역할은 무엇인가.
"돌봄 서비스부터 정의하자면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건강관리, 보건의료, 요양·돌봄·보육 등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케어 서비스들을 말한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돌봄 서비스 종류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장기 요양은 어르신, 활동 지원 사업은 장애인이 대상이다. 긴급 돌봄은 긴급하게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다. 이번 강화계획 대상자로 고른 사람들은 서사원에서 보호를 했다가 잘 안 됐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장기요양 △활동 지원 △긴급 돌봄 등 세 가지에 집중해서 할 계획이다.
강화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시 공공돌봄강화위원회'에서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공공의 역할을 전환하고자 한다. 기존에는 서사원을 통해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했다면, 앞으로는 민간에서 기피하거나 어려워 하는 서비스를 잘 챙겨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한다. 어르신을 모시고 장애인을 돌보는 게 개인의 일이 아니다. 돌봄서비스 자체가 공공성을 갖고 있다. 현재 대부분 돌봄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이 민간과 경쟁하기보다는 민간의 서비스가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기관 규모와 역량에 따라 서비스에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서울은 타 시도에 비해 돌봄 인프라나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돌봄의 수급 분석을 통해 서비스 공백을 파악하고 서비스 간 조정·연계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발표한 계획은 1단계 정도다. 2026년 3월에 시행될 '지역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체계 구축’과 초고령·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신규 돌봄 욕구에 대한 대응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10월에 생기는 ‘사회서비스지원센터’는 기존 서사원과 어떻게 다른가.
"서사원에서 직접 서비스 위주로 하다가 실패했다면 이제는 사회서비스지원센터를 만들어서 민간에서 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에 이미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시스템들이 구축돼 있다. 교육, 평가, 컨설팅 등 지금까지 해온 업무들을 묶어서 새로운 지원 부분을 추가한다. 지원이라는 게 교육 훈련도 시킬 수 있고, 연구도, 컨설팅도 할 수 있다. 민간이 먼저 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그다음에 서울시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그런 측면의 지원센터다. 크게 2가지 기능을 수행할 예정인데, 우선 영세 민간 업체의 성장을 지원하고 서비스 기관별·지역별로 품질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미래 돌봄환경 변화와 돌봄 공백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개발 역할도 한다. 이 밖에도 첨단기술이나 제품을 결합한 돌봄서비스 시범사업도 선도적으로 시행하게 할 계획이다."
-종사자 처우는 어떻게 극복할 건가. 기존 서사원 근로자 고용승계 문제도 있다.
"민간 돌봄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 실질적으로 1인당 시급이 1만2000원 정도로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종사자 처우는 기본적으로 수가를 반영해서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공이 관여해야 할 사각지대, 고난도 케어 사례에 한해 돌봄 인증 기관을 통해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고난도 돌봄 수당을 주면서 어려움이나 시간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인센티브가 나간다. 지금 공단 기준으로는 중증 가산수당을 하루에 3000원을 준다. 우리는 시간당 5000원을 준다.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고난도 중증 장애를 겪는 어르신을 위해 이번에 2인 1조 서비스를 만들었다. 와상, 중증 치매 등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은 혼자서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한 명 더 붙고, 추가 인력에 대해서 일일 4시간까지 인건비를 지원한다. 휴일이나 심야시간대 돌봄이 필요한 저소득 어르신에게는 월 최대 40시간까지 ‘추가 돌봄서비스’를 지원한다.
서사원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는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민간 위탁을 할 것 같으면 고용승계가 되는데 회사가 해산됐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또 서사원은 직접 서비스를 했지만 이제는 직접 서비스 하지 않는다. 혁신안을 두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서사원 사측이 협상을 계속했지만 제1노조인 공공운수노조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공공돌봄 민영화'라는 지적이 있다.
"공공돌봄 개념도 모르고, 민영화에 대한 개념도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민영화는 공공에서 하다가 민간 영역으로 공공 서비스를 내보내는 것인데, 돌봄 서비스는 처음부터 민간 영역이었다. 그걸 선수로 끼어들어서 경쟁하겠다고 하다가 실패한 것이다. 서사원은 오히려 민간에서 하던 것을 공공이 면밀한 검토 없이 가져온 측면이 있다. 민간 요양·보육 부문과 관계 설정이 구조적으로 면밀하게 이루어졌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돌봄’은 그 자체만으로 공공성을 가지는 개념이다. 공공기관만이 공공성을 가진다고 한정하면 현재 민간기관이 99% 이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게 된다. 우리나라 장기요양제도는 사회보험료에,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는 국가와 지자체 예산에 기반하여 재원을 조달하는 공적제도다. 민간 서비스 제공 기관도 공적제도 집행자로 공공성의 가치를 지니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강화계획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심돌봄120'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돌봄이 필요한 시민은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공공기관보다는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돌봄서비스를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어르신·장애인 등이 정보에 접근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격차가 생긴다. 앞으로는 120다산콜센터로 전화 한 통만 하면 전문 상담사에게 상세한 안내와 상담, 돌봄기관 연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돌봄 과정에서 종사자가 겪을 수 있는 사건·사고, 업무고충에 대한 상담·신고, 어르신이나 장애인 학대, 실종 등 돌봄 현장과 관련한 위기대응 관련 상담·신고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