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1·2금융권의 대출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저신용 차주가 늘어난 탓이다. 이에 서민을 위한 자금 지원은 물론 신용·부채관리 컨설팅 등 금융권의 복합적인 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카드론, 41.8조로 역대 최대…1·2금융 막히자 ‘불황형 대출’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의 ‘급전 창구’로 여겨지는 카드론 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 8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83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전월(41조2266억원)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 치운 것이다. 한 달 새 약 6044억원이 늘었다.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은 큰 폭 증가하며 매달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전월 대비 4507억원 늘어난 데 이어 2월 2000억원, 3월 78억원, 4월 4823억원, 5월 5542억원, 6월 1000억원, 7월 6206억원 등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2금융권마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며 단기 카드 대출로 저신용 차주가 쏠린 결과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이다. 불황형 대출은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 모두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며 이용하는 대출을 말한다. 이자율이 높고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지만, 대출이 쉬워 취약 차주가 자금 조달을 위해 마지막으로 찾는 상품 중 하나다.
이외 예금담보대출이나 자동차담보대출 같은 불황형 대출 잔액도 늘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금담보대출은 지난 6월 말 기준 4조7831억원으로 3년 전(2조2413억원)보다 잔액이 25% 증가했다. 또 자동차를 담보로 맡기는 대출 역시 올해 상반기 대출 한도 조회 수만 1484만건으로 작년 동 기간(492만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신용 하위 20%도 ‘3500만원’ 대출…컨설팅·금융상담 연계까지
이처럼 불황형 대출이 급증하고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며 저신용자를 위해 금융권이 운영하는 지원책이 주목받고 있다. 저신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대출상품으로는 ‘새희망홀씨’가 있다. 새희망홀씨는 2010년 11월부터 약 14년째 운영 중인 은행권 자체 서민 대출상품이다.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신용도 무관)거나 또는 5000만원 이하면서 개인 신용평점이 하위 20%면 자금을 빌릴 수 있다.최대 금리는 10.5%, 대출 한도는 3500만원이다. 다만 새희망홀씨로 대출받은 이후 1년 넘게 성실히 상환한 차주에게는 5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 신규 취급 기준 대출의 평균 금리는 7.7%로 전년 동기보다 0.1%포인트(p) 떨어졌다.
은행권은 올해도 새희망홀씨 공급을 활성화해 총 4조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3조3000억원보다 22.4% 확대한 규모다. 이미 올해 상반기 10만3316명에게 1조8902억원을 지원했고, 하반기 약 2조2000억원을 공급한다. 또 서민금융종합플랫폼 ‘서민금융 잇다’와의 연계를 통해 새희망홀씨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더불어 금융당국은 서민을 위해 복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서민금융진흥원은 신용·부채관리 컨설팅을 지원한다. 월 1회 전문가가 신용·부채 상태를 점검하고, 금융 비용을 줄일 해결책을 제시한다. 실제 그간 컨설팅 수료자의 52.4%는 신용 점수가 올랐다.
서민을 위한 금융상담 연계 서비스도 있다. 지자체에 복지 관련 요청을 문의하면 서민금융콜센터로 연계돼 금융상담까지 신속히 받을 수 있다. 먼저 서민금융콜센터에서 기초 금융상담이 끝나면 전담 상담원이 배정된다. 당국은 이러한 복합 지원 서비스를 담당할 서민금융콜센터 전담 인원을 최근 2배 이상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