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중동에서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정부에서 자국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는 데다가, 국가별로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버린(Sovereign) AI'가 떠오르면서 현지에 특화된 초거대언어모델(LLM)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사우디 정부와의 AI 협업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업무협약을 맺고 아랍어 기반 LLM 개발 등에 나서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최수연 대표 등 핵심 경영진들이 현지 AI 콘퍼런스인 '글로벌 AI 서밋'에 참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잇따른 중동 진출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 AI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우디·UAE 정부 등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미래 먹거리로 AI를 꼽았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3월 AI 투자를 위한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펀드 기금 조성에 들어갔다. UAE 역시 '국가 AI 전략 2031'을 토대로 국영 기업인 G42 육성과 자체 LLM인 '팔콘'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자체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미국·중국 등에 맞서 자체 AI 생태계 마련에 분주한 한국 업체들을 눈여겨보는 모습이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도 중동 AI 시장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현지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앞으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달 사우디 '글로벌 AI 서밋' 현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구글 클라우드·퀄컴 등도 총출동해 현지 AI 수요를 눈여겨봤다. UAE의 경우 최근 MS·블랙록 등과 함께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을 출범하고 300억달러(약 40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AI 시장은 막 태동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외 가리지 않고 AI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