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을 포함한 7개 제강사에 철스크랩 구매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사건에서 현대제철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가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지난 1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제철 등 4개 제강사에 공소 제기된 담합 기간 일부에 대해 무죄를, 나머지 담합 기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면소 판결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1월 현대제철, 대한제강 등 7개 제강사가 8년간 담합을 해 온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에게 총 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당시 공정위가 제재한 사건 중 역대 4번째로 큰 사건이었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철근 등 제강 제품의 원료인 고철(철스크랩)의 구매 기준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제강사들 사이에 철스크랩 기준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결정하는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은 담합을 인정하는 취지의 제강사 직원들의 진술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화우는 △진술은 수사기관이 프레임과 결론을 제시하면 소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고 △철스크랩 구매시장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특성으로 인해 담합이 어렵고 기준가격 동조화는 담합에 의한 것이 아닌 점 △철강전문지와 구좌업체를 통해 상세한 시장정보가 실시간 유통되고 있어 구매팀장 모임에서 교환된 정보는 영업상 기밀로 보기 어려운 점 △구매팀장과 실무자는 가격결정 권한이 없어 구매팀장 모임을 통해 담합이 가능하지 않았다는 점 △기준가격을 벗어난 특별구매, 계약구매가 여러번 이뤄지는 등 담합과 배치되는 사정이 있었던 점 등을 주장했다. 또 공소제기 된 일부 담합 기간은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는 점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화우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부분은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시효가 지난 부분은 면소 판결을 선고했다.
화우의 김창권 변호사는 "다수의 진술과 증거들을 치밀하게 분석해 모순점을 찾아내고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 측 증인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했다"며 "단순한 정보교환과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담합을 구분하는 판례 법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공소 제기된 담합 기간 일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내고 나머지 담합 기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면소판결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