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확산으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의 8월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업체별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 KGM의 전기차 판매량은 반토막이 난 반면 한국 배터리를 장착한 현기차, 폭스바겐 등은 오히려 전기차 판매량이 늘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가운데 다음달부터 셀 제조사와 형태, 원료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배터리 인증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달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도 6102대로 전월(5618대) 대비 8.6% 증가했다. 기아에서는 보급형 전기차로 출시된 EV3가 4002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레이 EV 923대, EV6 599대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 일등공신인 캐스퍼와 EV3에는 모두 LG에너지솔루션 합작회사에서 만든 니켈·코발트·망간(NCM) 소재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배터리 제조사 공개, 배터리 케어 프로그램, 자체 생산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면 에너지 밀도, 차체 안전성이 개선되고, 재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차 가운데서는 폭스바겐과 포르쉐의 약진이 눈에 띈다. 폭스바겐의 8월 전기차 판매량은 911대로 전월(355대) 대비 156.6% 증가했다.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 판매하는 전기 SUV ID.4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다. 포르쉐 역시 신차 출시 효과가 겹쳐 8월 전기차 판매량이 63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950% 늘어난 수치다. 포르쉐 전기 모델인 타이칸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다.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의 배터리가 탑재된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 역시 8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65%(20대→33대) 늘었다.
반면 전기차 포비아의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수입차 업계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14개 수입브랜드의 8월 내수 전기차 판매량은 4115대로 전월(4586대) 대비 10.3%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8월 전기차 판매량은 133대로 전달 대비 50.6% 줄었고, 같은기간 BMW는 43.1%(713대→406대), 볼보는 77.8%(45→10) 감소했다. 전체 전기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테슬라의 경우 8월 판매량이 2208대로 전월(2680대) 대비 17.6% 줄었다. 국산 브랜드 가운데선 KGM의 전기차 판매량이 378대에 그쳐 전월 대비 51.8%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 폭발 사고로 인해 CATL, BYD 등 비교적 안전성이 높은 배터리가 탑재됐음에도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막연한 불신과 불안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유럽 브랜드보다는 국산차와 테슬라에 대한 기술장벽, 신뢰도가 높아 당분간 이 벽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