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심사제 강화 효과 봤다"...헌재, 이종석 취임 후 8개월간 미제사건 20% 감소

2024-09-15 18:00
  • 글자크기 설정

이종석 취임 직후 누적 미제 사건 약 18% 감소...사전심사제 강화·장기 지연 사건 우선 처리 효과

이종석 취임 당시부터 신속한 재판 강조..."재판의 효율성·신속성 높여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사진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취임 후 8개월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미제 사건이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헌재가 이 소장 취임 후 사전심사제를 강화하고 장기 지연 사건을 우선 처리하는 방침을 시행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가 처리한 사건 통계에 누적 미제 사건은 이 소장 취임(2023년 12월 1일)전인 2023년 11월 30일 1544건이었으나, 지난 7월 31일 기준 1271건으로 약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조항의 위헌성이 문제 되는 '법률 미제 사건'을 기준으로 보면 취임 전 909건에서 7월 31일 기준 704건으로 약 22% 줄었고, 법정 처리 기한인 180일을 초과해 계류 중인 사건도 올해 8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70% 수준으로 줄었다. 

헌재에서 가장 오래된 사건으로 꼽히던 2014년 세월호 유족들의 헌법소원은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느라 10년 가까이 계류 상태에 있었지만 지난 6월 결정이 내려졌고, 2017년 접수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헌법소원 결정도 지난 3월 나왔다.

아울러 헌재에서 오랫동안 계류됐던 유류분 제도와 친족상도례, 기후 위기 소송도 줄줄이 처리 됐다. 

헌재는 올해 7월까지 총 1428건을 접수했고 1761건을 처리했다. 매년 접수 건수가 처리 건수보다 많아 사건이 적체됐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나아지다가 올해 처리율 123%로 크게 개선됐다.

사건이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하고 각하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처리사건 중 각하 비율은 2019∼2021년에는 82%, 2022년에는 83%, 지난해에는 76%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6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헌재가 오랫동안 계류 중인 사건들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소장의 의지가 컸다. 이 소장은 지난 2023년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미제 사건, 특히 오랫동안 방치된 사건들의 처리에 집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8년 야당(자유한국당)추천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된 이 소장은 강경한 보수성향 재판관으로 알려졌는데, 2023년 12월 1일 헌재 소장 취임식 당시 취임사를 통해서 헌재의 신속한 재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소장은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인사·운영·심판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장기적·단기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연구인력의 확충 및 적정한 배치, 연구업무의 효율성 제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의 확보와 인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필요한 업무부담을 줄이고, 의례적인 행사를 자제함으로써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전산시스템의 효율화와 심판규칙 등의 개선을 통해 절차가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이 같은 의지에 따라 헌재가 적극적인 판단을 내려 위헌성을 선언한 사건(위헌·헌법불합치·청구인용)의 비율은 통상 2∼3%대에 머물렀으나, 올해에는 5% 수준을 보였다. 다만 이는 여러 청구가 병합된 유류분 사건에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영향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 소장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헌재는 지난 2월 부장 1명과 부원 5명으로 구성된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사전심사 기능을 강화했다. 사전심사 기능은 헌법소원이 법적인 요건을 갖췄는지 먼저 따져보는 역할로, 실제 헌법적 쟁점이 있는 사건에 헌법재판관과 연구관들이 집중할 여건이 갖춰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헌재가 빠른 사건 처리에만 집중할 경우 심도 있는 토론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 하고 있다. 헌법을 해석하는 기관으로서 사회에 규범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헌재가 판단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다음달 17일 헌법재판관으로서 임무가 끝나는 이 소장의 짧은 임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소장이 만약 연임하지 않는다면 물러나야 하는데 이는 이 소장이 취임하며 겨우 조성했던 지금의 개혁 움직임이 금세 상실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헌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아직 이 소장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을 포함해 3명을 국회가 추천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2명 추천권을 요구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좀처럼 여야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국회가 합의하지 못하면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명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에 공석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자칫 헌재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