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선두주자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뜨겁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비철금속 기술은 단순한 기업의 자산이 아닌 국가의 핵심 역량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또한 달라져야 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비철금속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연, 납, 은 등의 제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 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대변한다.
이러한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의 연구개발과 현장 경험, 그리고 숙련된 인력의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고려아연의 기술은 단순한 특허나 설비의 총합 이상의 가치를 지닌, 국가적 차원의 무형 자산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고려아연과 같은 기간산업 기업에 적용될 경우 발생한다.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의 시나리오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가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물론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 핵심 산업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전략적이고 제한적인 개입은 필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고려아연의 주요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해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국가 핵심기술 보호 제도 강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보다 장기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장기 투자자 우대 정책 도입, 그리고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필요시 우호적 지분을 확보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 확대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고려아연 사태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닌 국가 산업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유로운 시장 경제 질서를 존중하되, 국가 핵심 자산 보호라는 대의 하에 정부, 기업, 투자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러운 선택을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